비대위와 오찬 거부… 갈등 심화 ‘전국민 25만원’ 영수회담 의제 부상 尹, 비서실장 검토 정진석 만나
올해 1월 대통령실서 만난 尹-韓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당 지도부와 가진 오찬에 앞서 창밖을 보며 대화하던 모습. 김건희 여사 디올백 리스크 등 총선 해법에 대한 이견으로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사퇴 요구 논란이 불거진 뒤다. 4·10총선 참패 책임을 놓고 여권 내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22일 비대위원 동반 오찬 제의를 거절했다고 21일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지만, 한 전 위원장이 곧바로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4·10총선 국면에서 최소 두 차례 불거진 ‘윤-한 갈등’이 총선 참패 이후 회복 불가능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한 전 위원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9일 오후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한 전 위원장에게 22일 비대위원들과 함께 오찬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한 전 위원장은 “지금은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16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독대 만찬을 갖고 총선 패배 원인과 국정 방향을 논의한 사실이 18일 공개되고 홍 시장이 “한동훈은 윤 대통령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주군에 대들다 폐세자가 됐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이후다.
한 전 위원장은 홍 시장이 연일 ‘한동훈 배신자론’을 비롯한 참패 책임론을 부각하는 데 대해 20일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사심 없고 신중하기만 하다면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며 “누가 제게 그렇게 해 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총선패배 책임 尹-한동훈 갈등 재분출… 韓 ‘배신자론’ 에 오찬 고사
尹 만났던 홍준표 “韓, 대통령 배신”
韓 “배신 말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
尹 오찬 제안 밝히며 “정중히 거절”
여권 “韓, 洪이 尹 대신한 것으로 봐”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께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韓 “배신 말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
尹 오찬 제안 밝히며 “정중히 거절”
여권 “韓, 洪이 尹 대신한 것으로 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이 실장을 통해 대통령실 오찬 회동 제안을 받은 사실과 함께 거절 이유를 21일 직접 밝혔다. 여권이 총선 패배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는지, 한 전 위원장에게 있는지를 두고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총선 국면에서 불거진 ‘윤-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여권에서는 “총선 국면에서 봉합되지 않은 ‘윤-한 갈등’이 총선 패배 책임론 속에 다시 드러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윤-한 갈등’ 다시 수면 위로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이 실장을 통해 한 전 위원장에게 22일 오찬 회동에 초청한다는 뜻을 전했다. 당에도 윤재옥 원내대표를 통해 비대위 전원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통화하며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고생한 당 지도부를 격려하기 위한 오찬”이라며 “대통령이 총선을 치렀던 당 비대위와 선거 후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한 전 위원장은 꼭 참석해야 한다. 건강이 회복되고 만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회동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21일 “윤 원내대표는 19일 대통령실로부터 ‘한동훈 비대위’ 오찬을 제안받은 바 있지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 전 윤 대통령과 만난 홍 시장이 연일 “한동훈은 윤 대통령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주군에 대들다 폐세자가 됐다” 등의 발언으로 한 전 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배신감’을 대신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이 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 韓 “잘못 바로잡는 건 배신 아닌 용기”
한 전 위원장이 차기 대선 주자 행보를 염두에 두고 윤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10일 만에 페이스북을 통해 첫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동훈은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는 홍 시장의 발언을 염두에 둔 듯 이날 ‘배신’을 세 차례나 언급하면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며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관계자는 “김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 이 전 대사 논란 등에서 한 전 위원장이 목소리를 낸 것은 대통령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국민 목소리를 전하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며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한 전 위원장이 대권 도전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영입한 국민의힘 당선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제가 정치로 끌어들였는데 자리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저보고 당에 들어오신 것 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당 복귀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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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