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상무·가운데)이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을 방문해 고(故) 선우경식 원장(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위즈덤하우스 제공)
이 책에 따르면, 이 회장은 상무로 재직 중이던 2003년 6월 극비리에 요셉의원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선우경식 원장이 삼성 호암상을 받은 직후였다.
이 회장은 요셉의원을 방문하고 병원 시설을 둘러보며 설명을 들었다. 이에 선우 원장은 이왕 온 김에 병원이 위치한 쪽방촌까지 둘러볼 것을 제의했다.
이 낯선 광경에 이 회장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눈물은 애써 참았지만, 그는 입에서는 꾹꾹 눌렀던 신음이 가늘게 새어 나왔다.
쪽방촌 일대를 둘러본 그는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 터라 충격이 커서 지금도 머릿속이 하얗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1000만 원이 든 봉투를 선우 원장에게 건넸다. 회사 공금이 아닌 사비였다.
2003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왼쪽)이 요셉의원을 방문해 시설 현황과 쪽방촌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위즈덤하우스 제공)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다음 달부터 요셉의원에는 이 회장이 매월 보내는 일정액의 기부금이 전달됐다.
이 회장은 이후로도 평상복 차림으로 요셉의원을 찾았다. 또한, 사회공헌사업을 모색하며 그 과정에서 선우 원장과 함께 노숙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밥집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이 같은 일화는 이 책의 ‘쪽방촌 실상에 눈물을 삼킨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 편에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다. 이 회장은 물론 삼성전자도 이러한 일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한편,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평생 무료 진료를 해온 선우 원장은 급성 뇌경색과 위암으로 고생하면서도 마지막까지 환자를 위해 노력하다 2008년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