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잔액 한달새 5360억 줄어 2월 기준 103조7266억 그쳐 연체율 6.5%대… 대출잔액 감소세 당국 “비상시 자본계획 마련” 압박
지난해 5559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남긴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이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대출 부실과 연체율 부담으로 고객 유치와 신규 대출 등에 소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저축은행 업권 전반에 건전성 위기가 고조되자 금융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저축은행 10여 곳에 ‘비상시 자본조달계획 마련’을 주문한 데 이어 연체채권 정리에 소홀한 일부 저축은행에 대해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 연채채권 부담에 ‘개점휴업’
여·수신 잔액이 감소한 이유는 저축은행들이 신규 예·적금을 유치하고 대출을 집행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55%로 2022년 말(3.41%) 대비 3.14%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1년 새 2.90%에서 8.02%로 치솟으며 전체 연체율을 끌어올렸다. 올해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더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들이 연체채권을 더는 늘릴 수 없어 ‘개점 휴업’과 다름없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여유 자금이 있어도 대출을 추가로 집행하기엔 모든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고객 유치 경쟁도 없다 보니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과 금리가 거의 비슷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금융당국, 연체채권 정리 압박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저축은행들이 영업에 소극적인 배경이다. 지난해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순손실은 5559억 원으로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PF 대출 예상 손실에 대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결과다.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이 연체채권을 속도감 있게 정리하도록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달 초 10여 곳의 저축은행에 재무구조 관리 방안, 비상시 자본조달 계획 등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21일에는 부실채권 정리에 소극적인 일부 저축은행에 현장 점검을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기조는 저축은행 경영 상태를 빠르게 정상화시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창구의 물꼬를 터주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서민들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으니 카드론, 현금서비스 같은 카드사 단기 대출 잔액이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부동산 PF 연착륙뿐 아니라 돈 빌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저신용자를 위해서라도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정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