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내일부터 2박3일 방중길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죽자 살자 싸우는 복싱이 아니라, 쫓고 쫓기는 육상이 돼야 한다.”
24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셰펑(謝鋒·사진) 주미 중국대사가 “미국이 중국에 불합리한 경쟁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 지원 중단 등 중국에 강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선수를 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은 거들먹거리지 말라”며 신경전도 펼쳤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셰 대사는 19일 미 하버드대를 방문해 그레이엄 앨리슨 케네디스쿨 초대 학장과 좌담회를 가졌다. 대사는 이 자리에서 미중 경쟁을 육상에 빗대 “경기 시작 전부터 중국의 출전 자격을 박탈하거나, 맨발이나 짚신을 신고 뛰게 한다”며 “이는 경쟁이 아니라 괴롭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중국 기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첨단 반도체나 장비의 대중 수출을 막은 것 등을 지적한 것이다. 중국이 과잉 생산으로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맨발로 달리는 중국이 앞서 나가니, ‘능력 과잉’이라며 위협하고 퇴장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24일부터 2박 3일 방중하는 블링컨 장관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과 만나 북한과 러시아, 경제 관련 이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관련 기술 등을 제공하지 말라는 요청을 거부하면 미국은 징벌적 조치를 경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미국의 중국을 향한 말투가 거칠어졌다”며 “미국은 중국에게 거들먹거리기보단 평등과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