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불황에 작년 적자 법인세 1, 2위 기업 올해는 납부 안해 정부 예상치보다 국세 수입 줄어들듯 與野는 지원금-SOC 재정 풀기 경쟁
국내 기업 중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내왔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며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탓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법인세 납부 1, 2위 기업들이 내왔던 세금이 사라지게 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에 비상등이 켜졌다.
22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법인세 납부액은 0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올해 법인세 중 일부를 미리 내는 중간예납으로 지난해 소액을 납부했지만 지난달 신고·납부 결과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돼 이미 냈던 금액도 이달 말 돌려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법인세를 0원으로 신고했다.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정부가 써야 할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도 정부와 여당의 감세 정책이 예고돼 있는 가운데 야당에선 13조 원이 필요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추진할 방침이다. 여야 당선인들이 선거 기간 쏟아낸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을 이행하는 데는 최소 278조 원이 든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정부가 광범위하게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면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지출을 하기도 부담스럽게 됐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내수경기 활성화나 취약계층 지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지출을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26% 감소’ 전망치보다 덜 걷힐듯… 부가세도 빨간불
[세수 펑크 비상]
작년 상장기업 영업익 45% 급감… 법인세 감소에 유류세 인하 연장 겹쳐
高물가 탓 부가세 수입도 녹록지 않아… 전문가 “올해도 세수 타격 불가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안 내는 가운데 다른 기업들의 법인세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기업 등 주요 대기업도 줄줄이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선 전년보다 26% 낮춰 잡은 올해 법인세수 예상치만큼도 세금이 안 걷힐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작년 상장기업 영업익 45% 급감… 법인세 감소에 유류세 인하 연장 겹쳐
高물가 탓 부가세 수입도 녹록지 않아… 전문가 “올해도 세수 타격 불가피”
● “다른 기업들도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줄어”
법인세는 기업들이 전년도에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에 이익이 줄면 법인세도 줄어든다. 특히 대기업 의존도가 커 규모가 큰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전체 법인세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2022년 기준으로 매출액 상위 0.01%인 기업 98곳이 낸 법인세는 전체의 40%가 넘었다.
이로 인해 올해 법인세는 정부가 지난해 예산을 짤 때 잡았던 전망치를 밑돌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가 77조7000억 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2022년 기업 실적을 토대로 걷었던 지난해 법인세수(80조4000억 원)보다 소폭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기업들의 실적은 정부 예상보다 더욱 나빴다.
● 유류세수, 부가세수도 부족 우려
국세 수입의 22.2%를 차지하는 부가세수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과일값에 이어 유가가 치솟으며 물가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이 내는 부가세는 내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될수록 쪼그라든다. 게다가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도 연 매출 8000만 원 미만에서 1억400만 원 미만으로 높였다. 올해 7월부터 약 14만 명이 일반과세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면 부가세수는 연 4000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줄줄이 시행한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 감세 정책이 올해 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양도세 등의 전망도 어두워 세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