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툰 본 적 없다고요” 전화 통화에 의심
경기남부경찰청 페이스북
카페에서 우연히 옆 테이블 손님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된 20대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다.
23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5시경 성남시 수정구의 한 카페에서 A 씨(20대·여성)가 우연히 다른 손님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됐다.
당시 인근 테이블에 앉아 있던 B 씨(20대·여)는 초조한 표정으로 통화하며 “불법 웹툰 본 적 없다고요”라고 대답했다.
경찰관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B 씨는 이미 현금 7000만 원을 1만 원권으로 인출한 뒤 종이 상자에 담아 소지하고 있었다.
B 씨가 통화한 상대방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B 씨는 조직원의 지시대로 휴대전화에 원격 조정 앱을 설치하고 있던 터라 신고가 조금만 늦었다면 자칫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
앞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수사기관’을 사칭해 “당신의 휴면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며 “무죄를 입증하려면 본인 명의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 금융감독원에 가져와야 한다”고 속였다.
B 씨는 돈을 전달하기 전 카페에 대기했고, 이때 조직원은 ‘은행 직원’을 사칭해 B 씨에게 다시 전화 했다. 조직원은 “방금 현금을 인출한 은행에서 뭔가 잘못됐고 당신의 휴대전화가 해킹당했다”며 휴대전화에 원격 조정 앱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A 씨는 “계속 통화소리가 들렸다.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었다”며 “‘불법사이트에서 웹툰 본적 없다’ 이런 소리를 하니 이상했다. 숫자를 계속 부르면서 적는데, 계좌번호 같기도 하고 전화번호 같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제가 잘못 본거면 사과하면 되지만, 정말 보이스피싱이 맞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될 것 같았다. 저도 취준생이라 만 원 이만 원이 소중한데 피해를 막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 씨에게 감사장과 포상금을 전달했다. B 씨도 A 씨에게 소정의 사례금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내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 가져준 시민과 적극적으로 설득해 준 경찰관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