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없이 홀로 살던 70대 기초생활수급자의 백골 사체가 사망한 지 2년여가 지나 발견된 가운데 제주시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입금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폐업한 모텔 건물 객실 화장실에서 숨진 지 2년 반 만에 발견된 김 모 씨(70)의 계좌에는 최근까지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등 매달 약 70만 원이 지급됐다.
제주시는 상·하반기 2차례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현장·면담 조사를 벌여 공적 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김 씨는 홀로 살고 고령에 거동도 불편해 고독사 위험이 높았지만 2020년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 및 선정 과정에서 ‘고독사 위험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가 발견되기 이전에도 사회복지공무원들이 해당 모텔을 수차례 찾아 방과 거실을 살폈지만 정작 김 씨가 숨져 있던 화장실 문은 열어보지 않아 김 씨를 찾지 못했었다.
객실 문을 열면 화장실 입구가 가려지는 구조로 돼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몇 차례나 진행한 현장 확인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김 씨 계좌로 최근까지 매달 복지급여를 입금했으며, 그의 통장에는 1500만 원이 넘는 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또 행정 당국은 기초생활보장 제도에 따라 수급자 통장 잔액을 1년에 2차례 금융 조회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고령의 김 씨 계좌 잔액이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아무런 출금 기록이 없는 것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제주시와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제주시 용담1동의 폐업한 모텔 건물 객실 화장실에서 김 모 씨로 추정되는 두개골 등의 시신을 사회복지공무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모텔은 2021년 상반기에 폐업한 뒤 건물이 방치돼 있었다. 경찰은 김 씨가 이 모텔 방에서 혼자 오랫동안 살아왔고 폐업 이후에도 계속 홀로 지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