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최신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일) 기준으로 서울 25개구 중 21개구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상승했다.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줄어들며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다. 사진은 2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24.04.21. 서울=뉴시스
지난해 전국의 주택 착공 물량이 과거 18년간 연평균 실적에 비해 반 토막 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착공 물량은 44만2000채로 연평균의 47%에 그쳤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공사비 급등 등의 여파로 전국 곳곳의 주택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된 탓이다. 2∼3년 뒤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고 전월세 및 매매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서울의 인허가, 착공, 준공 물량은 모두 연평균 대비 30∼40%대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가까이 뛰고 있는데 전세 불안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전세사기를 피해 빌라 수요가 대거 옮겨온 데다 입주 물량까지 급감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 기준)은 지난해 5월 말 이후 48주 연속 올랐다. 상승 폭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세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이미 3개월째 1000채를 밑돌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작년보다 20% 넘게 줄어든다. 다음 달엔 입주 물량이 한 채도 없어 전셋값을 더 끌어올릴 공산이 다분하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역전세난 우려에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까 봐 고심했었는데, 이제는 전세 매물 품귀와 전세난을 걱정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발품을 팔아 조금이라도 값싼 전세를 찾고,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느라 빚을 내고, 도심에서 먼 외곽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정부는 전세사기 공포로 수요가 급감한 빌라·오피스텔 등으로 세입자가 눈 돌릴 만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공사비 급등에 따른 입주 차질을 막는 등 ‘입주 절벽’의 빈틈을 메우는 데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공공과 민간의 가용 능력을 총동원해 필요한 곳에 양질의 주택을 서둘러 공급해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가라앉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