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유대-親팔레스타인 시위 잇달아… 컬럼비아대 학생 체포뒤 확산일로 예일대서도 30년만에 시위대 연행…대학, 온라인 수업-출입통제 나서 바이든, 청년층 이탈 악재에 고민
곤봉 든 경찰에 물통으로 맞서 22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 험볼트 캠퍼스에서 건물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경찰이 곤봉과 방패로 밀고 들어오자 플라스틱 물통 등을 휘두르며 대치했다. 사진 출처 X(옛 트위터)
“뉴욕대 학생 여러분, 해산하길 바랍니다.”
어느 한쪽 물러서지 않는 대치는 결국 충돌로 이어졌다. 22일 오후 9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워싱턴스퀘어 인근 뉴욕대(NYU).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을 외치던 학생 수백 명이 경찰과 맞서다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진압에 나선 경찰이 일부 학생들을 연행하자 학생들은 더욱 거세게 저항하며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이날 시위는 NBC 등 미 주요 방송들도 생중계하며 심각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 경찰 강경 진압에 격해지는 시위대
“인종학살 지원 말라” 텐트 시위 22일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의 팔레스타인 지지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텐트를 친 채 “제노사이드(인종학살)에 돈을 대지 마라”라고 쓴 팻말 등을 세워두고 시위하고 있다. 나흘 전 경찰이 이 학교 학생 100여 명을 체포하면서 미국의 주요 대학가에 시위의 불길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이들은 19일부터 예일대 총장실 인근 바이니키광장에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이었다. 피터 샐러베이 예일대 총장은 성명을 통해 “대학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위대 체포를 허용했다”며 “예일대는 유대인, 무슬림 및 기타 커뮤니티 구성원을 위협하거나 괴롭히는 모든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예일대 캠퍼스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연행한 건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강경 대응은 오히려 시위 확산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시위에 참여한 법대생 말라크 아파네는 뉴욕타임스(NYT)에 “컬럼비아대 학생들의 용기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중앙 광장인 ‘하버드 야드(Yard)’의 출입을 26일까지 통제했다. 해당 구역에서 사전 허가 없이는 텐트 등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도 금지했다. 지난주 서던캘리포니아대(USC)는 다음 달 예정됐던 졸업생 대표의 연설을 취소했다. 친이스라엘 단체들이 “해당 학생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무슬림”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탓이다.
● 등돌리는 2030… 美 대선 변수로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대학가에 들불처럼 일어나는 시위는 난감한 문제다. 한쪽을 편들 수도 없거니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무작정 비난하기도 곤란하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이 이런 정부의 태도를 이스라엘 편향적이라고 보는 건 다가올 대선에 심각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는 29%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26%)보다 불과 3%포인트 앞섰다.
미 뉴욕에 사는 프레드 맥널티 씨(30)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진보 성향인 젊은 세대에게 중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며 “부모 세대와 달리 우린 세계대전이나 나치에 대한 기억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압박이 더 생생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컬럼비아대 대학원생도 “이스라엘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경찰이 대학 캠퍼스에 진입해 학생들을 끌고 가는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이스라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