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문건… 해외펀드에 지분 매각 검토 담겨” 어도어 “부대표 개인 일탈” 선그어… “문제의 핵심은 뉴진스 카피 의혹” 하이브 ‘문어발’ 레이블 운영도 논란
걸그룹 뉴진스의 ‘Attention’ 안무(위쪽 사진)와 걸그룹 아일릿의 ‘My World’의 안무. 일부 케이팝 팬은 지난달 데뷔한 아일릿이 뉴진스의 노래와 안무를 모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국내 최대 음반 기획사 하이브가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외 펀드에 어도어 주식 매각을 검토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23일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어도어 측은 “어도어 일부 경영진의 일탈”이라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23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최근 하이브에서 어도어 부대표로 이직한 A 씨의 컴퓨터에서 어도어 경영권 변동과 관련된 문건을 최소 3건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3일 작성된 문건에는 ‘외부 투자자 유치 1안, 2안’이라는 항목 아래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하이브는 어떻게 하면 팔 것인가’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G를 싱가포르투자청(GIC), P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작성된 문건에는 ‘목표’라는 항목 아래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 ‘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는 문구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하이브는 어도어가 하이브가 가진 지분 일부를 해외 펀드에 매각하며 독립성 강화를 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사내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어도어 관련 사태에 대해 “회사는 이번 감사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진상을) 확인한 후 조처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이브는 전날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박 대표는 “이번 사안은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이라며 “감사를 통해 (의혹이) 더 규명될 경우 회사는 책임 있는 주체들에게 명확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하이브 산하의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이 걸그룹 아일릿을 데뷔시킨 뒤 ‘뉴진스 카피 의혹’이 커지자 뉴진스 멤버의 부모들이 먼저 어도어 측에 이를 문제 삼으며 하이브와의 논의를 통해 해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어도어는 이달 3일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박 대표에게 이에 대한 문제점과 시정요구서 등을 보냈다. 이러자 하이브는 답변서를 보내며 어도어 측에 뉴진스 멤버 부모들과의 면담 성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이브 측의 답변에 성의가 없다고 느낀 부모들이 이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 이후에 하이브가 22일 감사에 돌입한 것으로 어도어 측은 보고 있다.
하이브의 집안 싸움에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2일 7.81% 빠졌던 하이브 주가는 23일 1.18% 내려간 21만 원으로 마감했다. 하이브의 시총은 이틀 사이 8539억 원 감소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