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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은 없이… 친윤 “원내대표 ‘답정이’”

입력 | 2024-04-24 03:00:00

이철규, 영입출신 초선-중진들 접촉
친윤 “李 구심점으로 당 단결해야”
당 일각 ‘한동훈 견제 의도’ 해석도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차기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을 사람은 이철규 의원 말고는 없는 것 아니냐.”(친윤(친윤석열)계 의원)

국민의힘이 다음 달 3일 새 원내 사령탑을 선출하기로 한 가운데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3선에 성공한 ‘찐윤’(진짜 친윤)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이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의원이 영입 인사 당선인과 비공개로 조찬 회동을 하고 중진 의원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등 보폭을 넓히자 친윤 진영에서 ‘답정이’(답은 정해져 있다, 이철규)로 만들어 가는 기류도 엿보인다.

당 일각에선 대통령실과 당의 가교 역할을 해온 이 의원의 도전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노출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이종섭 논란’으로 불거진 ‘2차 윤-한 갈등’ 국면에서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바로잡으라”며 한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당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수도권-소장파 당선인과 낙선 후보를 중심으로 ‘친윤-영남 책임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움직이자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포기하느냐”란 비판도 나온다.

● 친윤 “이철규가 당 구심점”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낸 이 의원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강선영 고동진 김건 김소희 박수민 신동욱 최수진 등 영입 인사 출신 초선 당선인 10여 명과 조찬 모임을 했다. 당 인재영입위원으로 활동한 조정훈 당선인(서울 마포갑)도 함께했다. 이 의원은 전날 당선인 총회 직후 의원회관에서 박덕흠 의원(4선) 등 중진 의원들과도 별도로 만났다. 이 의원은 모임 성격에 대해 취재진에 “고생했다고 모인 것”이라며 “당의 안정화가 중요하지, 개인의 문제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선인 총회에서 원내대표 선거일이 확정된 직후 잇달아 모임을 하자 한 중진 의원은 “당선인 격려면 원내대표 선출 뒤인 5월 중하순 뒤에 해도 된다”며 “지금 조찬 모임은 원내대표 선거에 나온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 영남 친윤계 의원은 “당을 틀어잡고 일치단결해야 한다. 이 의원이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 당선인 “지금은 친윤이 반성할 때”

친윤 진영이 ‘답정이’를 띄우는 것이 친윤·영남 그룹이 당 주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 의원이 원내 중심을 잡을수록 한 전 위원장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고 봐야 한다”며 “친윤이 당 주도권을 절대 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친윤계 핵심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원로 중에 아무나 한 분이 맡아서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을 혁신 의지가 있는 인사가 아닌 허수아비로 세우겠다는 것”이라며 “수도권-소장파가 요구하는 전대 룰 개정 없이 현행 ‘당원 100% 룰’로 치르길 원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경찰 출신인 이 의원은 친윤 중에서도 핵심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에서 물러났지만 사퇴한 지 19일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을 둘러싸고 한 전 위원장과 1차 윤-한 갈등이 벌어졌을 당시 이 의원을 거론하며 “경찰 출신이지만 일을 잘한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 윤재옥 원내대표에 이어 연속으로 경찰 출신이 원내대표를 맡게 된다.

한 수도권 당선인은 “이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당이 수도권 정당이 될 수 있는) 볕이 들 쥐구멍마저 없어질 것”이라며 “지금은 반성의 시간인 만큼 이 의원이 선거에 나오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