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간 영수회담 첫 실무협의 ‘13조 추경 필요’ 민생지원금 쟁점… 기재부 반대에도 “협치위해 유연대응” 野 “채 상병 특검법도 의제 올려야… 총리인준 요청엔 칼같이 자를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민생회복지원금을 그대로 (수용)하기엔 어렵다. 다만 선별 지원 가능성 및 금액을 두고 논의해볼 여지는 있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민생회복지원금의 지급 액수나 범위, 명칭은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민주당 핵심 관계자)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을 위한 첫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양측이 “민생 문제와 국정 현안에 대해 가감 없이 의제로 삼겠다”는 데에 의견을 함께한 가운데 특히 이재명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전 국민 1인당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 지급’에 대해서도 양쪽 모두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실제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지 관심이 모인다.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차순오 정무비서관, 민주당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은 이날 오후 2시경 국회에서 만나 40분가량 영수회담 실무 협의를 위한 첫 ‘2+2 회동’을 했다.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의 핵심 민생 의제는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이를 위한 13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생회복지원금은 이 대표가 직접 총선 기간 수차례 강조한 공약인 만큼 의제에 꼭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이라고 언급하는 등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기획재정부도 현재 경제 상황이 경기침체 등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회 각계에서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심지어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마저도 초유의 고물가 시대에 그 후과를 고려치 않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질책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협치를 위해선 유연하게 고려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선별 지원이나 금액을 두고 논의해볼 여지는 있다”고 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의 지원 대상과 금액을 조정하면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채 상병 특검법’(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도 영수회담의 핵심 의제로 들고 간다는 방침이다. 23일 실무 회동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을 의제로 삼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국회 논의를 존중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 관련 합의가 이뤄질 경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거론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영수회담 의제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영수회담 자리에서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한편, 윤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 인준 관련 협조 요청을 할 경우 선 긋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총리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일절 대응 안 하고 칼같이 자를 것”이라며 “국정 기조가 전환되면 그 자리에 누구를 꽂든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양측은 이날 회동에서 영수회담 날짜는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40분 동안 간단히 만났으며 (영수회담) 날짜가 잡힌 수준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대통령실은 첫 영수회담 자체에 의미를 두고 협상 의제보다는 회동 일정을 잡는 데 주력했다”며 “우리는 단순 친교 만남보다는 협상 성과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양측은 추후 2차 실무회동을 통해 의제를 조율하겠다는 방침인 가운데,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배석자 없이 일대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