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몫 차기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연일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협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에 압도적인 의석수를 몰아준 4·10총선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 안팎에서는 “의회주의의 기본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5선 정성호 의원은 23일 국회의장 출마 의사를 밝히며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수당으로서의 책임이 있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민주당의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 등에 대해 보이지 않게 깔아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회의장 도전을 선언한 6선 민주당 추미애 당선인과 조정식 의원도 각각 의장의 정치적 중립이 의무가 아니라고 발언했다. 추 당선인은 이날 “지난번 국회가 180석을 가지고도 제대로 꼭지를 따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며 “협치가 맹목적이어선 안 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도 22일 “민주당이 배출한 의장이고 민주당이 다수당”이라며 “총선 민심을 반영하는 국회의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발언은 우려를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며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는데,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