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민 충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 정회원)
농업 연구개발(R&D) 정책의 국제적 권위자인 줄리안 앨스톤과 필립 파디는 저서 ‘지속적인 것이 성과를 낸다’에서 농업 R&D는 성과를 내기까지 매우 긴 시간을 요하지만 국가 성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무척 크다고 언급했다. 다른 분야에 비해 편익을 얻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인내해야 하는 농업 연구 특성상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가 쉽다.
농업 기반은 한번 무너지면 피해 규모도 크고 회복도 더디다. 한때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렸던 우크라이나가 전쟁 2년 만에 배곯는 나라가 된 것처럼 농업 기반의 몰락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온다. 농업 기반을 떠받치는 R&D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내한한 세계적 기초연구기관인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회 패트릭 크래머 회장은 “과학 연구는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 농무성은 글로벌 농업 성장을 이끈 원인을 분석해 발표했다. 농업 성장의 견인 요인은 1990년 기준으로 이전은 농약과 비료 등 투입재 증가, 이후는 총생산성 (TFP) 향상이라고 밝혔다. 총생산성 향상의 핵심이 연구개발, 기술 보급 및 교육 등의 혁신과 변화에 있다고 풀이된다. 오늘날 우리가 다양한 먹거리를 계절에 구애 없이 안정적으로 얻게 된 건 꾸준한 투자를 토대로 농업 연구를 발전시켜 온 결실이다.
나아가 반세기 이상 체득한 경험과 누적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농업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세계 석학들도 빅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과 융합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농업을 꼽는다. 2025년 발사 예정인 농림위성은 재난·재해와 기후변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미래 예측 연구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이다. 혁신적 성과는 결코 단기간에 나올 수 없다. ‘거인의 어깨 위에 있어서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라는 뉴턴의 말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시대를 관통해 발전해 온 수많은 연구가 겹겹이 쌓여야 비로소 혁신도 가능하다. 혁신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긴 호흡으로 기초·원천 연구와 혁신·도전형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인류의 생명 창고를 채우는 산업, 농업의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사동민 충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