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硏 ‘전세사기 피해 지원 성과와 과제’ 토론회 “매주 400~500명 피해 접수…내년 5월 3만6000명” “채권 가치, 최우선변제금 못 미치면 정부 순지출” HUG “업무 수행 예산·인력 역부족…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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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피해비용을 먼저 지원하고 정부가 추후 비용을 회수하는 이른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도입하는 전세사기 지원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가 5조원에 가까운 재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놨다.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 5월까지 피해자 수가 3만6000명으로 늘 것”이라며 “평균 보증금 1억4000만원을 곱하면 5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 가치평가액이 아닌 단순 보증금 합계로, 이 과장은 “전세사기 피해 인정자 1만5000여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가정에 가정을 거쳐 추산한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4·10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제21대 국회 임기 내에 선구제 후회수 제도를 도입하는 골자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별법은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됐고 6월1일 시행됐다. 2년 간 한시법이다.
법 개정에 대해 관할부처인 국토부는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상당액은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전날 최대 5850억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하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 과장은 “(피해 주택이) 경매에 나와서 얼마에 낙찰이 될 지 예측 불가능하며, 가압류 등 채권관계를 다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면서 “회수도 어렵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경·공매 시장에서 유사한 매물이 계쏙 나오는데 작년에도 회수율이 10%대로 회수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낙찰 비중도 떨어져 3~5년 뒤 회수율이 얼마나 하락할 지 가능할 수 없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국토연구원은 선구제를 위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가격에 따라 정부의 재정 순지출이 발생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제자인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매입가격을 정할 때 예상 낙찰가와 경매비용, 선순위채권 등을 고려해 가치평가를 하게 될텐데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치가 최우선변제금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의 순지출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가치평가액이 지나치게 낮으면 피해주택을 매각하더라도 회수가 어렵고 순지출은 쌓이게 된다는 얘기다.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은 임차보증금이 1억원인 전세사기 피해 상황을 가정했을 때 가치평가 가격이 8000만원이고 최우선변제금(5500만원)보다 높다면 HUG 등 채권매입기관이 8000만원에 매입하게 된다. 그러나 가치평가가격이 2000만원으로 책정돼 최우선변제금보다 낮다면 정부가 3500만원을 보태 지급해야 한다.
그러면서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 기간과 피해자 유형에 따라 피해자 수와 예산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면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특별법 개정안에서 매입가격의 하한선 조문이 불명확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부연구위원은 “특별법 개정안에서 채권매입가격의 하한선을 제시하고 있으나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우선변제 보증금 비율이 없어 주로 최우선변제금 수준으로 이해되고 보증금 30% 수준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며 “정확한 의미를 갖도록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채권매입 업무를 담당하게 될 HUG의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는 등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우석 HUG 경·공매팀장은 “HUG는 자체 재원을 들여서 채권매입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적자가 심각하다”며 “법적으로는 주택도시기금으로 하도록 돼 있는데 예산 및 인력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실제 업무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는 약 1만5433건이다. 피해자 인정 요건은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 ▲임대차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 ▲다수의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거나 예상되는 경우 ▲임대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 4가지다.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피해자로 인정되며 일부만 충족하면 ‘피해자 등’으로 분류된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경·공매절차 특례로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해소한 사례가 259건, 경공매 유예가 802건, 조세채권 안분 663건, 경공매 대행 지원 1039건 등이다. 금융 및 세제지원이 이뤄진 사례는 구입자금 대출이 285건(611억원), 전세자금 대환 대출 1335건(1889억원), 전세자금 저리대출 314건(396.4억원) 신용회복 지원 910건(926억8000만원) , 세제지원 739건(11억6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HUG는 별도로 보증금 30% 이상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전세피해확인서 1390건, 금융지원용 확인서 977건을 발급했다. 변호사 상담 4571건, 법무사 상담 6036건 등 무료 법률상담도 지원했다.
윤 부연구위원은 “‘피해자 등’으로 분류돼 정책사각지대에서 피해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비롯해 건강·생계·신용 등에서 극도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을 고려한 제도개선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근용 한양대 융합산업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조정흔 감정평가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와 변웅재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정경국 대한법무사협회 전세피해지원단장,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