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충청에 반했나봄]
이기진 충남문화관광재단 관광사업본부장
얼마 전 서울의 한 공공기관장을 만난 적 있다. 그는 “서해안에서 먹은 회가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것 같다”며 그 이유를 물었다. 음식 맛이라는 게 각자 기호와 취향이 다르기에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필자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아마 산지에서 제철에 나온 것을 드셨기 때문일 것입니다”라고.
양식·한식·중식조리기능사인데다 음식 관련 책을 몇 권 낸 탓에 이런 유형의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럴듯한 논리와 근거로 음식 맛을 결정짓는 요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음식 그 자체의 맛 이외에도 물리적·생리학적·사회문화적·경제적 요인 등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이다. 물리적인 맛은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생리학적 요인은 음식을 먹을 때 몸 상태가 어떠냐는 것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충남 서해안에서의 음식 맛은 자연 지리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넉넉한 갯벌이 있어 해조류나 어패류가 다른 지역에 비해 풍부하고 맛이 좋다. 그만큼 충남은 맛있는 곳이다.
여름에는 통발로 잡아낸 붕장어(일명 아나고)가 제철이다. 양식인 민물장어와는 달리 모두 자연산이다. 흔히 구이로 먹지만 감자를 깔고 매콤한 고추장 양념으로 자작하게 졸여 내는 충청도식 조리법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가을은 대하와 전어, 밴댕이가 풍성하다. 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생선이라면 밴댕이는 ‘집 나간 며느리가 친구까지 데리고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겨울에는 ‘귀족 조개’ 새조개를 빼놓을 수 없다. 키조개는 충남 오천이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삼겹살과 함께 묵은지에 둘둘 말아 먹는 삼합(三合)도 좋지만 버터로 살짝 구워내면 또 색다르다.
토굴에서 곰삭아 가는 젓갈은 따스한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게 한다. 묵은지와 꽃게로 끓여 낸 게국지, 꽈리고추를 넣어 졸인 망둥어 조림 등….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그 여행의 절반 이상은 성공이다. 이제 충남으로의 여행을 결심했다면 ‘워케이션 충남’과 ‘충남 투어패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직장인 등이 충남에서 2박 이상 일과 휴가를 겸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5만 원 이상의 숙박비를 지원한다. 또 관광지 무료입장,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도 무료로 할 수 있다.
이기진 충남문화관광재단 관광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