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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불면증 치료-심리상담… AI 기반 ‘멘털 헬스케어’의 진화

입력 | 2024-04-25 03:00:00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마음의 독감’이라고 불린다. 독감처럼 누구나 환절기에 한 번쯤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의미다. 특히 한국의 정신건강 문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우려하는 수준이다. 2022년 3월 하버드 인터내셔널 리뷰는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우울, 불안, 알코올 의존증 등 정신건강의 질병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의 발달은 ‘디지털 헬스’라는 새로운 산업의 성장 기회를 불러왔다. ‘멘털 헬스케어’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수용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에서 헬스케어가 차지하는 비율의 증가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분야가 전체 유니콘의 10%를 차지했으며, 명상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려진 ‘캄(Calm)’은 2019년 디지털 멘털헬스 분야에서 첫 번째로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로 허가받은 에임메드의 ‘솜즈’는 인지행동 치료법을 기반으로 하는 불면증 치료제다. 매일의 수면일기, 일상행동 로그, 심박 수 등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가이드를 해주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건강 데이터를 스스로 측정하고 기록해 관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디지털 헬스케어도 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에서 출시한 ‘파스타’ 앱은 실시간 혈당 데이터를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디지털 멘털 헬스케어에서 가장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는 분야는 심리상담 AI 챗봇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상담 챗봇인 ‘우봇(Woebot)’은 인지행동치료 방법을 이용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도록 격려한다. 치료적 헬스케어뿐 아니라 정서적 웰빙을 위한 앱도 많은 관심을 받으며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예일대 아동연구센터와 정서지능센터 연구진이 만든 ‘우리가 느끼는 감정(How We Feel)’은 사용자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 원인을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성형 AI에 기반한 심리상담 서비스의 질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심리치료 연구에서 AI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하는 연구자들은 심리치료를 개발하고 검증하는 데에도 AI가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마음챙김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초기 단계지만, 최근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기업도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사용자가 감정과 일기를 적으면 상담사 AI가 답장을 달아주는 ‘답다’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용자는 AI와의 대화를 통해 외로움과 고립감을 줄이고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

정신건강 헬스케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적시에 정신건강 관리에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 이제는 AI 정신건강 서비스가 인간의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보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AI를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