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피에로 만초니는 참치 캔 크기의 통조림 90개를 만들었다. 캔 라벨에는 ‘예술가의 똥(Artist’s Shit·사진)’이란 제목과 함께 ‘정량 30g/신선 보관됨/제조 밀봉 1961년 5월’이라고 적혀 있다. 외관상 여느 통조림과 비슷했다. 다만 내용물만 빼고. 그는 캔에 진짜 자신의 배설물을 넣은 걸까? 맞는다면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만초니는 1917년 변기를 미술전시회에 출품해 논란을 일으켰던 마르셀 뒤샹에게 영향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뒤샹의 ‘샘’이 발표된 지 44년 후 만초니는 묻고 싶었을 게다. 변기가 예술이라면 예술가의 배설물도 예술이 될 수 있냐고. 만초니는 이 작품을 제작할 무렵 인간의 산물과 예술품 사이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고 있었다. 삶은 달걀 70개에 자신의 지문을 찍은 후 관객들에게 먹으라고 나눠 주거나 풍선을 불고는 예술가의 숨이라고 명명하는 식이었다. 이 모습을 본 만초니의 아버지는 아들이 무척 한심했을 것이다. 급기야 화가 나서 소리쳤다. “네 작품은 똥이야!”
예술가 아들은 아버지의 비난을 지혜롭게 활용했다. 아버지 말에서 영감을 받아 진짜 자신의 대변을 통조림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마침 아버지는 통조림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빈 캔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만초니는 자신의 배설물이 든 캔의 가격을 같은 무게의 금값으로 책정했다. 당시 금 30g은 37달러였다. 작품 의도는 대량생산과 물질자본주의, 그리고 미술시장에 대한 비판이었다. 또한 예술의 영구성에 대한 미술계의 집착을 조롱하는 것이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