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규 한국머크 대표 인터뷰 “AI 수요로 반도체 시장 더 커져 글로벌 기업과 긴밀한 협력 강화 한국 자체 공급망은 약해 아쉬워”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 한국머크 제공
2021년 독일의 과학기술기업 머크는 미래 성장을 위해 30억 유로(약 4조4000억 원)의 글로벌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머크는 이 중 6억 유로(약 8800억 원)를 한국에 집행하기로 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액이었다. 머크는 왜 한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일까.
“한국이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강남 한국머크 사무실에서 최근 동아일보와 만난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는 해당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머크의 사업 분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바이오의약품, 치료제 개발 등 크게 3가지다. 특히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집중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해당 시장을 주도하는 유수의 기업들이 대거 포진한 매력적인 투자처였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디스플레이다. 머크는 1888년 세계 최초로 액정을 개발했다. 액정표시장치(LCD)의 핵심 소재인 액정 개발 및 생산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LCD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머크는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투자와 협력이 필요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국가가 한국이었다. 한국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머크가 보기에 한국은 △새로운 기술로 전환 △이에 맞는 생산 설비 확충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 등을 가진 곳이었다.
머크가 한국에 지속 투자하는 것은 2021년부터 추진해 온 현지 공급 기반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현지에 최대한 많은 자체 원료 및 재고 등을 갖추고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많은 기업이 중국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미중 갈등이 터졌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변수가 생겨도 한국 사업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가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자체의 공급망 시스템이 약한 부분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유럽 등에서는 디리스킹(중국 의존도를 줄여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은 광물이나 자원, 소재 등의 많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한국 정부는 흑연·요소·리튬 등 185개 공급망 핵심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평균 70%에서 50% 아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