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에 계열사CEO 인선 논란 ‘중앙회 낙하산 직원’이 지점 통제 금감원, 지배구조에 ‘메스’ 댈 듯 금융권 “관치금융 우려” 목소리도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한다. 은행 금융사고, 증권 최고경영자(CEO) 인선 등으로 농협금융의 취약한 내부 통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농협중앙회를 정점에 둔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메스를 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잦은 금융사고와 증권 대표 선임 등 잡음
금감원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살펴보게 된 건 불미스러운 사태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2월 농협은행에서 109억4733만 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했는데, 검사 결과 영업점 직원이 불법 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의 ‘낙하산 직원’이 관할 지점 내부 통제를 총괄해온 탓에 은행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금융 사업을 맡아온 중앙회 임직원이 전문성 검증 없이 금융 부문으로 손쉽게 이동해 내부 통제가 취약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농협금융의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것도 금감원이 나선 배경이다. 지난달 윤병운 현 NH투자증권 대표가 농협금융의 추천을 받아 내정됐는데,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농협중앙회가 반대 목소리를 내며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아닌 농협중앙회가 손자기업(NH투자증권)의 CEO 인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 일각에선 ‘관치금융’ 논란도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21일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지만 위험도 명확히 구분되고 있느냐에 대해선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자칫 잘못 운영되면 금산분리 원칙, 지배구조법 규율체계가 흔들릴 수 있어 챙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이 같은 행보로 인해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며 우려하기도 한다. 이 원장이 신한, KB, 우리 등 대형 금융지주들의 회장 인선 과정에서 잇달아 목소리를 낸 결과 세 곳의 금융지주 수장들이 모두 교체됐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