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사막 위에 짓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주거지구 ‘더 라인’이다. 조감도를 보면 홍해 연안에서 사막을 향해 좁다란 담벼락 두 개가 끝없이 이어진 것 같지만, 실상은 서울 롯데월드타워만 한 높이 500m의 빌딩 두 채가 200m 간격을 두고 170km 길이로 서 있다. 이 거대한 유리빌딩에 사람들이 산다. 두 빌딩 사이엔 숲이 우거지고 강이 흐르고, 건물 안엔 사무실 학교 병원 등 필요한 게 다 있다. 170km면 서울에서 대전쯤 거리인데, 지하 고속철도로 20분이면 닿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3년 전 이 길쭉한 선형 도시의 계획을 발표했을 때 웬만한 공상과학(SF) 영화도 울고 갈 정도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라는 비판에도 더 라인 프로젝트는 2022년 11월 첫 삽을 뜨며 현실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사우디의 미래를 이끌 대역사에 국내 건설사도 참여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더 라인의 핵심 기반시설인 지하 철도 터널 공사를 맡고 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인구가 700만 명인데, 현대 과학기술을 집약해 900만 명이 거주하는 최첨단 선형 도시를 만들겠다는 게 빈 살만의 야심 찬 구상이다. 1단계로 2030년까지 150만 명을 거주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1단계 목표 인구가 30만 명으로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 개발 속도라면 2030년까지 전체 170km 중 2.4km 정도만 공사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사우디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사무실을 연 데 이어 전 세계 은행 관계자들을 현장으로 초청해 투자 설명회를 연다고 한다. 최근 ‘세계 최대 토목공사가 24시간 진행되고 있다’는 문구를 달아 더 라인 공사 현장을 촬영한 영상까지 공개했다. 빈 살만이 ‘탈(脫)석유’를 위해 추진하는 네옴시티에는 더 라인 외에도 바다 위에 조성되는 산업단지 ‘옥사곤’, 2029년 겨울아시안게임이 열릴 관광레저단지 ‘트로제나’ 등이 들어선다. 완전체 도시를 표방한 네옴이 사막의 기적이 될지, 신기루가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