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이철규 의원. 뉴스1
국민의힘 내 친윤(친윤석열) 그룹을 중심으로 새 원내대표에는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찐윤(진짜 친윤)’ 이철규 의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의원도 잇달아 중진 의원과 당선인들을 만나면서 다음 주 원내대표 선거를 사실상 ‘답정이(답은 정해져 있다, 이철규)’로 만들어가는 기류가 보인다. 나아가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두고도 친윤 핵심 의원은 “원로 중에 아무나 한 분이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국민의힘 분위기를 보면 4·10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겪은 집권여당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한가하고 안이하기만 하다.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에 있다곤 하지만 그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사실상 ‘용산의 여의도출장소’ 역할을 했던 국민의힘의 책임이 적을 리 없다. 그런데도 자성과 변화의 노력은커녕 다시 친윤 원내대표를 통해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도로 친윤당’으로 돌아가려는 듯하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잘 통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총선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간 갈등 국면에선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한 전 위원장과 대립하기도 했다. 그런 이가 원내 사령탑을 맡는 국민의힘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른바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에 다가서기 위한 당의 근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친윤 세력의 위세가 계속된다면 그런 목소리도 어느덧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보수는 급진적 변화를 거부하면서도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웰빙 보수’ ‘꼰대 보수’에 머물면서 원내 제2당 처지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