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11.14.뉴스1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관료주의와 규제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프랑스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관료주의를 놔둔 채로는 성장 둔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유럽에선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승승장구하는 미국과 갈수록 활력을 잃는 유럽 경제의 차이를 낳은 주요 원인이 관료주의로 인한 ‘정부의 실패’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최근 “짜증 나는 규제와 ‘행정 지옥’에서 벗어나 기업이 더 편하게 일하는 프랑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은행 계좌 하나 여는 데 한 달씩 걸리는 관료주의의 폐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 중 일부는 민간 기업에서 인턴직 경험을 하도록 하고, 공무원의 재가가 필요한 허가제도는 사전신고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프랑스 의회는 관료주의의 사회적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3%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 임기 때 근로자 해고 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을 추진했고, 작년엔 수급 연령을 2년 늦추는 연금개혁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음 목표를 관료주의 타파로 잡았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는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의 첫발도 떼지 못했다. 오히려 금융·물가관리 등 많은 분야에서 공무원이 민간에 권한을 행사하는 ‘관치(官治)’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사이 한국보다 관료주의가 심한 것으로 평가되던 일본에선 5년 걸릴 반도체 공장 건설을 2년 만에 가능케 할 정도로 공무원들의 역할과 분위기가 급변했다. 반면 한국 청년들이 세운 스타트업들은 ‘갈라파고스 규제’를 피해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거나,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공직사회의 근본적 개혁 없인 한국의 성장 잠재력 추락을 막는 건 대단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