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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수면제 대리처방 강요-보복, 반인륜적 불법”

입력 | 2024-04-25 03:00:00

선수 전원에 보낸 안내문서 질타
“선배 강압 탓 후배들 옳지않은 일
거절하기 어렵다면 신고해달라”



김현수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 


김현수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36·LG)이 선수 시절 같은 팀 후배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폭행과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진 은퇴 선수 오재원(39)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회장과 오재원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시즌 동안 두산에서 함께 뛰었다.

김 회장은 24일 프로야구 선수 전원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오재원의) 수면제 대리 처방 사건은 선배라는 위치를 이용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아 오도록 후배에게 강요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육체적, 정신적 가해를 하는 등 보복행위를 벌인 반인륜적인,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오재원 전 두산 선수. 

프로 데뷔 후 2022년까지 두산에서만 뛰다 은퇴한 오재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작년 4월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재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두산 시절 팀 후배 8명과 지인 1명이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유도제를 대신 처방받게 한 뒤 이를 전달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두산 구단은 3월 말경 자체 조사를 통해 이런 내용을 파악한 뒤 2주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오재원은 후배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하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협박과 폭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프로 선수인 우리는 여러 가지 불법행위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유혹에 노출됐다면 부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떠올려 주면 좋겠다”며 “혼자서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면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달라. 선수협회가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그는 또 “선배의 강압으로 후배들이 옳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이 더 안타깝고 화가 난다. 우리는 아직도 위계질서라는 말 아래 선배들이 선을 넘는 요구를 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일어난다”면서 “선배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해서도 안 되고, 후배들은 이를 받아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압적인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면 선수협회 고충처리 시스템에 신고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오재원 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두산 구단은 “팬들과 리그 구성원께 죄송하다. 사건과 관련된 선수 8명은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알렸다. 오재원이 은퇴한 뒤인 지난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도 “야구계에 이런 일이 벌어져 정말 안타깝다. 나를 비롯한 선배들의 잘못이다.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