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 200명과 화상간담회 “내 작품 그리 재미있진 않지만 운율 가진 글 자체가 내겐 음악”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는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에서 열린 한국 독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잠에서 깨자마자 최대한 글을 빨리 쓴다. 요즘엔 오전 5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책을 읽고 싶지 않으면 꼭 읽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모든 위대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삶을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되고 또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5)는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에서 한국 독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가지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인 이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책을 읽으면 삶을 좀 더 강력한 방식으로 느끼게 될 겁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만남은 대산문화재단, 교보문고, 주한노르웨이대사관이 공동 개최한 ‘2024 낭독공감―욘 포세를 읽다’ 행사의 일부였다. 독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를 맡은 정여울 문학평론가가 독자들의 질문을 대신 전달하고, 포세는 약 1시간 동안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희곡, 소설, 시, 에세이, 동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많은 작품을 써왔다. 그가 쓴 희곡이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라 ‘인형의 집’을 쓴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 꼽힌다. 그는 “처음엔 생계를 위해 희곡을 썼지만,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작가의 삶을 오히려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희곡을 쓸 때 소설과 시 작업에서 배운 것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다 합쳐 새로운 언어를 탄생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독특한 운율을 지닌 문장을 쓰는 이유를 묻자 그는 “글 자체가 내게는 음악”이라고 답했다.
정 평론가가 “당신의 문학에서 깊은 위안을 얻는다”고 전하자, 그는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답했다. “제 작품들이 그리 재미있는 책은 아닌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 책이) 위안을 줄 수 있다니 정말 기쁩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