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인기 식고 中업체 저가 공세 매출 9% 줄어 12년만에 최대폭 감소 머스크, 저가모델 생산 발언 이후 테슬라 시간외거래 주가 13% 급등
《‘순익 반토막’ 어닝쇼크 테슬라 “내년초 저가 전기차 출시”
전기차의 상징인 테슬라의 올 1분기(1∼3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5% 급감했다. 1분기 매출 또한 9% 줄었다. 중국산(産) 저가 전기차의 공세로 테슬라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3일 “2025년 초 (저가)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까지 가세하며 전기차 저가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분기(1∼3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 줄었다고 23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은 213억100만 달러(약 29조3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산라인이 타격을 입었던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자 2012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잉여현금흐름도 약 25억 달러 마이너스였다.
● “테슬라의 성패를 가르는 순간”
그러나 머스크 CEO는 제너럴모터스(GM) 등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찬바람’에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에 대해선 “올바른 전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의 저가 모델 생산에 대한 발언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테슬라 주가 상승 폭은 커졌다. 시장은 저가 모델이 테슬라 수익 둔화의 돌파구가 되고, 전기차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저가 전기차 경쟁 격화될 것”
중국 비야디(BYD)는 지난해 시작가가 1만 달러에 불과한 전기차인 ‘시걸’을 내놨다. 중국의 전기차 회사 샤오펑 역시 저가형 브랜드를 출범해 현재 판매 가격(20만∼30만 위안)의 절반 수준인 보급형 차량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 속에 기아도 상반기(1∼6월) 중 3000만 원대로 예상되는 소형 전기차인 ‘EV3’를 출시하고,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7∼12월)에 2000만 원대 경형 전기차인 ‘캐스퍼EV’를 내놔 보급형 전기차 경쟁에 뛰어든다. 테슬라의 내년 저가 모델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 CEO는 이날 “테슬라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기업”이라며 전기차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자율주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사람은 테슬라의 투자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올해 말에 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내년에는 외부에 판매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테슬라는 그간 옵티머스가 커피를 끓이고 요가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한 바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