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유류분 조항 일부 위헌
헌법재판소가 25일 고인의 형제자매에게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최소 상속 금액을 보장해주는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1977년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지 47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헌재는 25일 고인의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상실했다.
현행 민법은 자녀,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법정 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고인이 별도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 이에 따라 배분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와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받도록 한 것이 유류분 제도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건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위헌이지만 즉각 무효화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감안해 특정 시점까지만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자녀와 배우자, 부모에 대한 유류분 규정은 202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법 개정이 있을 때까지만 적용된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유산이 아들, 특히 장남 위주로 분배되는 것을 막고 부인과 딸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져 개정 없이 유지돼 왔다. 이 과정에서 산업화, 핵가족화가 진행되며 법의 취지와 어긋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9년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사망한 뒤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