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또는 연내 임기 만료 기관장 자리 122곳 ‘무늬만 공모제’로 총선 보은용 내정 인사 우려 ‘장관 추천-공운위 공개검증’ 통해 책임 물어야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작년 말 기준 공공기관 347곳 중 33곳의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었고 올해 안에 89개 공공기관 기관장의 임기가 추가로 끝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인사권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총선을 치른 직후라 낙하산에 대한 우려가 높다. 실제 공공기관장 공모를 총선 이후로 미루어 온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임명되면 3년 임기를 온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자들의 열기도 뜨겁다.
낙하산 인사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보면 기존의 임명 절차를 무시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말한다. 공공기관의 기관장으로 꼭 내부 출신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전문성과 관리역량을 갖춘 외부 인사를 적극 발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문제는 기존의 임명 절차를 무시하고 들어오는 사람은 자격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부적격 기관장은 해당 기관에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손실을 입힐 우려가 있다. 큰 공기업은 업무 파악에만 수개월이 소요된다.
어느 대통령이나 아는 사람을 발탁하는 경향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첩 인사’, 문재인 전 대통령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말을 들었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임명권 자체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임명권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다. 대통령은 부적격자가 가져올 해악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당장의 정치적 부채나 개인적 인연에 기반한 인사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보장과 견제 사이에 균형을 맞출 제도는 무엇일까?
위의 절차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이 내정된 상태에서 공모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알 사람은 다 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내정이 없는 척하다 보니 부적격 낙하산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장관이 제청한 사람을 임명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장관은 공운위가 심의·의결한 사람을 제청하는 것뿐이라고 발뺌한다. 책임을 묻는다면 공운위와 임원추천위원회인데 이들은 위원회라는 공동의 방패 속에서 개인에 대한 책임을 모면한다. 이렇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면 부적격자를 낙하산으로 보내는 부담이 없어진다.
사실 대통령이 기관장을 바로 임명토록 하는 것이 책임 측면에서 가장 확실하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실에서 부담을 느낄 것이다. 결국 장관과 공운위에 책임을 묻는 것이 현실적이다. 먼저 장관이 1명의 사장 후보를 공운위에 추천하도록 하자. 공운위는 후보의 자격에 대한 공개 검증을 하자. 분야별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확인하다 보면 국회의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도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공운위가 다수결로 통과시킨 인사를 임명하면 된다.
공운위원의 임기는 단임으로 제한해야 한다. 이들이 공정성을 상실하는 이유가 있다면 연임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다. 아울러 매년 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나빠 해임 건의되는 기관장이 발생하면 이 사람의 임명에 찬성표를 던졌던 공운위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해촉하자. 해임 건의된 기관장을 추천한 사람이 어떤 장관이었는지도 상기시키자.
물론 장관은 대통령실로부터 언질받은 인사를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 이 자체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어차피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데 그 임명권을 미리 쓰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운위에서 공개적으로 자격을 검증받게 되면 장관은 부적격자를 추천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대통령실도 부적격자를 언질 주기 미안해진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