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 ‘불가능의 영역’ 개척하나 美연구팀, 쥐의 뇌 회복 실험 성공
과학자들이 줄기세포를 사용해 손상된 뇌 조직을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뇌의 구조를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크리스틴 볼드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연구팀과 준 우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교수 연구팀은 줄기세포로 쥐의 일부 뇌 기능을 회복시키고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를 확인한 2편의 논문을 각각 26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2건의 논문으로 공개된 이번 연구에선 쥐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전뇌 형성과 후각 기능 재생에 성공했다. 쥐를 활용해 이뤄진 실험인 만큼 사람에게 적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줄기세포가 뇌 재생에 관여하고 안전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다.
볼드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합성 신경 회로를 사용하는 뇌의 잠재적 유연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다른 종의 뇌 조직을 생성할 수 있게 되면 뇌 발달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우 교수 팀은 뇌에서 특정 부위를 제거한 뒤 재생하기 위해 먼저 특정 조직의 발달을 주도하는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크리스퍼’ 기반 플랫폼을 개발했다. DNA에서 발견되는 특징적인 염기서열인 크리스퍼는 유전자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교정하는 데 활용된다.
줄기세포를 사용해 손상된 뇌 신경세포를 재생하는 실험에 사용된 생쥐. 게티이미지코리아
우 교수 팀은 쥐 줄기세포를 이용해 조직을 복원하는 방법으로 전뇌를 형성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Hesx1 유전자를 제거한 초기 배아 상태인 쥐에 줄기세포를 주입한 결과 이 세포들은 세포의 빈 부분을 채우면서 전뇌를 형성했다. 이렇게 형성된 전뇌는 모체인 쥐와 동일한 속도로 발달했다. 생성된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에 문제없이 신호를 전달했다. 전뇌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없이 줄기세포를 활용해 정상적으로 전뇌를 형성한 것이다.
볼드윈 교수 팀도 배반포 보완 기술을 활용했다. 특정 유전자를 사용해 쥐의 배아에서 후각 감각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를 제거하거나 비활성화한 뒤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그 결과 쥐의 후각 신경세포를 무사히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진행된 두 연구는 다른 종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시사한다. 앞서 학계에선 배반포 보완 기술을 활용해 돼지의 줄기세포로 인간의 장기를 키우는 실험을 해왔다. 지난해 돼지 신체에서 인간의 신장을 키워내는 시도가 성공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는 이러한 성공 사례가 뇌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우 교수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야생 설치류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전 세계에는 2000종 이상의 설치류가 있는데 이들 중 많은 종은 우리가 실험실에서 흔히 연구하는 설치류와 다르게 행동한다”면서 “종 간 신경세포 배반포 기술을 사용한 실험은 잠재적으로 그 종의 뇌가 어떻게 발달하고, 진화하고, 기능을 하는지 연구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말헸다. 다만 우 교수는 인간의 뇌에 이번 연구를 적용하기까지는 기술적, 윤리적 과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