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다시 ‘1.0대’로] 대기업 “여성 인재 떠나는것 막아야” 시차 출퇴근-육아기 재택근무도
국내 기업 중에는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각종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곳이 적지 않다. 처음에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우수한 여성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걸 막을 수 있고, 기업 이미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판단이다. 구성원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셋째를 출산한 직원을 특진시키는 제도를 도입해 화제를 모은 한미글로벌의 경우 시차 출퇴근, 육아기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본사의 경우 오전 7∼10시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출근하도록 한다. 한 시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선택해 하루 8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녀를 등원·등교시킨 뒤 오전 10시에 출근할 수 있고, 오전 7시에 출근한 뒤 오후 4시에 퇴근해 자녀의 하원·하교를 챙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직원은 최대 2년(2자녀 이상인 경우 3년) 동안 재택근무가 가능한 ‘육아기 재택근무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한 시간 단위로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유급휴가 40시간을 주는 ‘자녀돌봄휴가’도 최근 신설했다.
포스코도 8세 이하나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직무 여건이나 각자의 육아환경에 따라 하루 근무시간도 4, 6, 8시간 중 선택할 수 있다. 전일 근무를 택하면 정규 근무시간(오전 8시∼오후 5시) 동안 집에서 일하면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대상자를 임신 중이거나 난임 치료 중인 여직원과 출산이 임박한 배우자를 둔 남직원까지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탄력근무가 가능한 유연근무제나 재택근무는 기업 입장에서도 출산·육아로 인한 임직원들의 경력 단절 및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유연근무 도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제한적이다 보니 인력 활용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는 현실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게임회사에 다니는 김모 씨(28)는 “내년에 여자친구와 결혼을 계획 중”이라며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쓴 전례를 못 봤다. ‘솔선수범해서 육아휴직을 쓰겠다’던 팀장도 결국 못 쓰는 걸 보면서 육아휴직은 불가능하겠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육아휴직이 안 되면 재택근무라도 확대하는 게 현실적 대안 같다. 임금을 60%만 받아도 아이를 보면서 집에서 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