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건설투자-민간소비 살아나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0%대 저성장 고리를 끊고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건설 투자와 민간 소비까지 살아나면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3% 증가했다. 이는 2021년 4분기(10∼12월·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인 0.6%를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출과 내수 회복에 힘입어 2022년 1분기(0.7%) 이후 지속된 분기별 0%대의 성장률 고리를 끊어 냈다.
성장률 반등은 우려했던 내수 경기가 살아난 영향이 컸다. 건물·토목건설이 동반 회복하면서 건설 투자가 2.7% 증가했다. 민간 소비가 전 분기 대비 0.8% 늘어난 가운데 정부 소비도 0.7% 늘었다. 수출 역시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다. 올 1분기 수출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품목 중심으로 0.9% 늘면서 성장률 상승을 견인했다.
민간이 성장 주도… 정부 “올 성장률 2.2% 넘을 듯”
[경제 이슈]
1분기 성장률 27개월만에 최고치
일부선 “韓 올해 성장률 2.3% 전망”
고금리 장기화-중동 사태 등 변수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의 ‘깜짝 성장’에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고 있다. 수출 호조와 내수 경기 반등에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성장률이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랜만에 우리 경제 성장 경로에 ‘선명한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민간 주도의 성장을 달성했고 수출 호조에 더해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반등이 골고루 기여하는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한중일 경제를 분석하는 국제기구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도 이날 한국 경제가 올해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완연한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개선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4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한 71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여파와 중동 사태 확전 등은 국내 경제 성장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고환율·고유가 등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 내수 경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슈퍼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