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액 자산가, 부동산 투자에 여전히 큰 관심 2: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시장은 ‘춘래불사춘’ 3: 상가, 임대료는 떨어지고 공실률은 올라갔다 4: 오피스, 지역별 양극화…서울 경기만 오름세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5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 자산가들은 올해 추가 투자 자산으로 부동산을 가장 많이 꼽았다. 동아일보 DB
경기 불황 장기화의 여파로 부동산시장 침체가 올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자산가들의 부동산 사랑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금 다음은 주식(16%)이었습니다. 금리 인하 전망이 많은데도 주식보다 예금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기자금 보관 목적이었습니다. 지난해 하락했던 부동산 가격이 변곡점을 지났다고 판단되면 즉시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예치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부동산 투자 대기자금으로 쓰기 위해 예금을 이용하겠다는 뜻입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와 관련, “설문에 참여한 자산가 10명 가운데 9명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2024년 보유 부동산 매도 의향보다는 매수 의향이 더 높았다”며 “안전하게 대기자금을 둘 곳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응답자들이 매입할 의향이 있는 부동산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소형 아파트가 가장 높았고, 이어 토지, ‘꼬마빌딩’의 순이었습니다. 꼬마빌딩은 일반적인 사무용 또는 상가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규모 건물을 의미합니다. 대형 아파트의 선호도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30대 이하의 젊은 자산가는 아파트 다음으로 해외부동산(아파트, 단독주택) 매입 의향이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습니다. 외화 자산의 범위가 금융뿐만 아니라 부동산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보고서에서 제시된 내용이 갖는 시사점은 적잖습니다. 무엇보다 자산가들의 부동산 투자 대기 수요가 여전히 큰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주거용과 비주거용으로 나눠 꼼꼼히 들여다보려는 이유입니다.
●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주거용 부동산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매입할 의향이 있는 부동산상품으로 중소형 아파트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사진은 분당신도시 전경이다. 성남시 제공
이제 한낮이면 초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26일 서울의 경우 한낮 최고 온도가 26도를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냉기가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동면에서 깨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매매가 동향이나 매물건수, 미분양아파트 추이 등 다양한 지표에서 모두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집값을 선도하는 수도권도 서울(0.3%)만 전주와 동일한 상승 폭을 유지했을 뿐 인천(0.02%→0.00%) 경기(-0.02%→-0.03%) 모두 떨어졌습니다. 비수도권 지역도 0.03% 하락했습니다. 주간 아파트 가격 조사 대상 178개 시군구 가운데 지난주 대비 상승한 지역도 65개에서 62개로 줄었습니다.
법원경매 물건도 늘고 있습니다. 법원등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336건입니다. 2013년 1월(5407건)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임의경매란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을 때 채권자가 담보물을 경매에 넘겨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입니다.
매물도 쌓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5일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 매물은 8만 4297건. 3개월 전(1월 25일) 7만 7879건에 비해 6418건(8.2%) 증가했습니다. 올 1월까지만 해도 7만 건대였는데, 3월에 접어들면서 8만 건대로 올라선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새 아파트 미분양도 증가 추세입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만 4874채. 지난해 3월(7만 2104채)부터 11월(5만 7925채)까지 9개월 연속 줄었다가 12월(6만 2489채)에 증가세로 돌아선 뒤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표들에도 불구하고 매수심리는 조금씩 회복되는 모양새입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1로, 전월보다 6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주택가격전망 CSI가 100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입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향후 1년 뒤 주택 가격이 현재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는 가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수 심리도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3주차(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3으로 전주(88.9) 대비 0.4p 올랐습니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살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거래량도 소폭이지만 늘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가 3900건(24일 기준)으로 집계됐습니다. 계약 이후 30일가량의 신고 기간을 고려하면 4월 말까지 40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 8월(4065건) 이후 가장 많은 것입니다.
● 희비 엇갈리는 비주거용 부동산
사무용 빌딩과 상가 등으로 구성된 비주거용 부동산은 시장 정보가 많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가 돋보이는 이유다. 사진은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 전경. 동아일보 DB
이런 관점에서 한국부동산원이 25일 발표한 ‘2024년 1분기(1~3월)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이하 ‘1분기 조사 결과’)는 요긴한 자료입니다. 오피스와 상가(중대형+소규모+집합)의 임대료와 투자수익률, 공실률 등이 망라돼 있습니다.
1분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유형별로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상가는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는 떨어졌습니다. 반면 신규 공급 부족과 코로나19 이후 사무실 출근 증가로 오피스 임대료는 올랐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중대형 상가의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0.04% 하락했습니다. 소규모 상가와 집합 상가도 각각 0.13%, 0.07% 내렸습니다. 높은 대출 금리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저하가 영향을 미친 탓으로 풀이됩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0.32%), 대전(0.04%), 세종(0.00%)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도 전체에서 임대가격지수가 떨어졌습니다. 서울의 경우 소비심리 위축에도 오피스 배후 상권이 발달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향 등으로 활성화된 상권 중심으로 임대료가 올랐습니다.
오피스의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0.93% 상승했습니다. 신규 공급 부족 등의 여파로 서울·경기 지역에서 낮은 수준의 공실률이 지속된 것이 전체적인 임대가격 지수 상승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광화문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 중심으로 정보기술(IT) 업계의 수요가 이어진 것이 임대료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공실률은 전국 모든 유형의 상가에서 높아졌습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영업환경의 어려움을 반영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중대형 상가는 13.7%로 전 분기보다 0.2% 포인트 올랐고, 소규모 상가는 0.3%포인트 오른 7.6%로 집계됐습니다. 소상공인이 많은 집합상가(10.1%)도 전 분기보다 0.2%포인트 오르며 10%대에 진입했습니다.
반면 오피스는 공실률이 8.6%로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습니다. 다만 지역별 오피스 수급 상황에 양극화 현상을 보였습니다. 서울과 경기에선 6% 미만의 낮은 공실률을 유지했지만, 부산, 인천, 광주,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제주 등은 15%가 넘었습니다.
투자수익률은 상업용 부동산 전체가 전 분기보다 개선됐습니다. 오피스는 1.64%로 전 분기보다 0.19%포인트 올랐고, 중대형 상가 1.14%(0.08%포인트↑), 소규모 상가 0.96%(0.03%포인트↑), 집합 상가 1.41%(0.20%포인트↑) 등도 모두 상승했습니다.
● 지난해 건축물 연면적 축구장 1만 4000개 정도 증가
국토교통부가 매년 4월경 발표하는 ‘전국 건축물 현황’은 비주거용 건축물의 실태 파악에 효과적인 자료이다. 지난해에는 축구장 1만4000개 규모(연면적 기준)의 건축물이 늘어났다. 다만 인허가와 착공면적이 크게 줄어 2,3년 뒤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진은 수도권 지역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건축물의 동수는 지난해보다 3만 6744동(증감률·0.5%)이 늘어난 739만 1084동으로 집계됐습니다. 연면적으로 환산하면 42억 2766㎡로, 지난해보다 9632만㎡(2.3%) 증가했습니다. 증가한 면적은 축구장(7140㎡) 1만 3490개에 해당합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1만 5546동(4805만 7000㎡) 증가한 206만 7160동(9억 2581만 8000㎡), 비수도권은 2만 1198동(4826만 3000㎡) 증가한 532만 3924동(23억 184만2000㎡)입니다.
용도별로는 주거용(46.1%, 19억 5056만㎡), 상업용(22.1%, 9억 3469만㎡)의 순으로 비중이 높았습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공업용(3.7%·1673만㎡), 교육 및 사회용(2.2%·821만)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편 이번 발표 직후 대다수의 언론들은 인허가와 착공 면적이 크게 줄었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건축물 통계에 따르면 허가는 25%, 착공은 무려 32%가량 감소했습니다.
특히 착공 면적은 2022년부터 2년 연속으로 줄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게 합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거용과 상업용 모두 두 자릿수로 감소했습니다. 경기 회복기에 부동산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은 지 30년(사용 승인 기준) 넘은 건축물 비중이 42%를 넘어선 점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파트 재건축 기준이 준공 후 30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 정부는 올해 1월 기준을 만족시킨 아파트라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방침도 내놨습니다. 다만 관련 법 개정 사항이어서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건축물 통계에는 이밖에도 부동산 상품별 수급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많습니다. 국토부의 ‘건축물 생애이력 관리시스템(https://blcm.go.kr/cmm/main/mainPage.do)’에 접속하면 세부 지역별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민간 부동산전문업체들이 3개월 단위로 제작하는 상업용 부동산시장 분석 보고서도 빼놓을 수 없는 참고 자료입니다. 특히 CBRE코리아, JLL코리아, 세빌스코리아 등 글로벌부동산업체들이 정기적으로 작성하는 보고서는 서울지역의 주요 빌딩의 거래와 관련된 정보 등을 담고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