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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 여사 23억’ 방송 줄줄이 중징계… 이게 온당한가

입력 | 2024-04-26 23:54:00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다룬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25일 중징계인 ‘경고’ 결정을 내렸다. 2월 방송에서 출연자가 “(대통령) 처가가 영부인 포함해 23억 원인가 이득을 봤다”며 검찰 자료만을 근거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말해 총선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이로써 같은 내용을 방송했다가 선거방송위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은 사례가 5개로 늘어났다.

문제가 된 방송 내용은 김 여사와 모친이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9000만 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주장으로 지난해 유죄 판결이 난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에 나온다. 위원회는 법원이 이 자료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점을 중징계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이 판결은 김 여사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문제의 자료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은 수사 중이다. 이런 경우 근거 있는 의혹 제기는 허용하거나 수사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의결을 보류하는 것이 관례다.

선거방송위는 해당 방송사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다루면서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출연자의 돌발적인 발언을 통제하기 어려운 생방송에서는 반론할 기회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때는 대개 다음 회차에서 반론을 보도해 균형을 맞춘다. 일련의 방송이 아니라 특정 날짜의 방송만을 보고 재허가에 불이익을 주는 법정 제재를 하는 것은 방송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는 처사다.

선거방송위는 29일 MBC 시사프로의 김 여사 명품백 스캔들 방송에 대해 관계자 의견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이는 중징계하기 전에 밟는 절차다. 3월에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논평하면서 ‘여사’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SBS에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김 여사에 대한 일부 보도가 선정적이거나 균형감을 잃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심의의 상식과 관례의 범위를 벗어나 과도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누구만 다루면 무조건 중징계 하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보도 심의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