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29일 회동 의제 놓고 주말 고심 2차례 실무협의서 의제싸움 치열… 李 “다 접어두고 만날 것” 회담 성사 대통령실, 지원금-추경도 대화 여지… 민주 “사전 제안 모든 의제 언급할것”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담을 갖고 정국 현안을 논의한다. 윤 대통령이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옷 매무새를 다듬는 모습(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가 안경을 고쳐 쓰고 있는 모습. 최혁중 sajinman@donga.com·송은석 기자
“다 접어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잡한 의제들이 미리 좀 정리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윤 대통령의 회담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19일 윤 대통령이 회담 운을 띄운 지 일주일 만에 두 사람의 회담이 성사됐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성사된 회담에서 양측이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함에 따라 여야 협치의 물꼬가 일단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은 “가장 중요한 것이 민생 현안”이라며 민생을 강조하고, 민주당은 “민생 현장의 참혹한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겠다”(이 대표)며 총선 민심을 부각하고 있다. 민주당은 “회담 성과에 따라 대여(對與) 투쟁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29일 회담이 향후 정국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회담 3차 실무협의를 마친 뒤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가장 빠른 날, 그리고 오찬을 하고 안 하고가 중요치 않다는 두 분의 뜻을 감안해서 차담으로 결정됐다”고 했다. 또 “차담 아니면 오찬이었는데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날짜를 마냥 늦출 수 없었다”고도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날 실무협의 후 열린 내부 회의 때까지만 해도 회담 수용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다”며 “밤사이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렸고 그에 따라 회담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전날 열린 2차 실무협의 후 열린 이 대표 주재 민주당 내부 회의에서는 “일단 만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쪽과 “의제 조율 없이 만났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만남의 의미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의제 조율에 난색을 표하며 29일과 다음 달 1일, 2일을 회담 날짜 선택지로 제안한 것을 두고 “실제 회담 의지보다 시간 끌기 의도가 더 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의제를 조율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수세에 몰린 윤 대통령에게 국면 전환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 대통령실 “민생의 모멘텀” vs 野 “특검법도 언급할 수 있어”
반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가급적 민주당이 사전에 제안했던 모든 의제들을 언급하게 될 것”이라며 “민생 회복을 위한 조치는 당연하고 특검법도 윤 대통령 면전에서 노골적으로는 말하지 않겠지만 언급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제안한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주요 민생 회복 조치를 비롯해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정부·여당을 겨냥한 특검법과 ‘방송 3법’, 제2양곡관리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에 대한 수용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 여전하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이어간다면 쟁점 의제를 둘러싼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단 이 대표가 어떤 의제를, 어떻게 얘기하는지를 다 들어보자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들어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받아들이고, 더 논의해야 하는 건 논의를 이어가는 식으로 결론을 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 역시 “첫 대화에서 욕심을 내다 보면 정국이 더욱 경색될 수 있다”며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이슈부터 먼저 접근하되 회담을 정례화하는 등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회담을 계기로 대통령과 각 정당 원내대표들이 분기마다 만나는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가 복원될지도 주목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례도 일단 검토하고 있다”며 논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