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꺾고 아시안컵 축구 4강행… 파리올림픽 출전 가능성 높아져 申, FIFA 랭킹 39계단 올려놔… 변방에서 아시아 중심 이끌어 8강 앞두고 계약 3년 연장 약속… “韓 올림픽 연속 출전 막아 미안”
26일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위)이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한국을 물리친 뒤 선수들한테서 헹가래를 받고 있다. 신 감독은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인도네시아를 4강에 올려놓으며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사진 출처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신태용 매직’이 한국 축구도 무너뜨렸다.
‘여우’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의 신화를 쓰고 있다. 2019년 12월부터 인도네시아의 A대표팀, U-23 대표팀을 이끄는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를 아시아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해 사상 첫 8강을 넘어 4강까지 올랐다. A조 조별리그에서 강호 호주를 1-0으로 꺾었고 이번에 거함 한국도 제압했다. 신 감독은 2022년에는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우승을 이끌었고, 올해 1월 열린 아시안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신 감독이 부임한 뒤 인도네시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73위에서 134위로 39계단 올랐다.
신 감독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 출전 의지도 드러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가 발전하고 있고, 어느 팀과 붙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6월 월드컵 2차 예선을 통과해 3차 예선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그것이 이뤄지면 한 단계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축구가 심상치 않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F조 2위에 올라 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령 동인도 시절이던 1938년 프랑스 대회 이후 월드컵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신 감독은 이날 경기 뒤 한국 선수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하고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한국 U-20, U-23, A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가 이겨서 기쁘고 행복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착잡하다. 한국의 올림픽 연속 출전 기록을 막은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