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60화입니다.
“당선됐지만 사법리스크 여전하다는 지적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임기 중 의원직 상실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위해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원에 들어갔습니다. 이날은 4·10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뒤 처음 있는 이 대표의 재판이었는데요. 이 대표는 총선 전날인 9일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준비한 입장문을 약 11분 동안 읽은 것과는 달리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 총선 전 “정권 심판해달라” 법원 앞 호소
당시 총선을 하루 앞둔 이 대표는 입장문이 적힌 종이를 꺼내들고 11분간 낭독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입구 앞에 서서 “윤석열 정부는 잡으라는 물가는 못잡고 정적과 반대세력만 때려잡고있다”며 “지금까지 국민들 힘으로 쌓아 온 대한민국 성과를 모두 무너뜨려 경제는 폭망했고 민생은 파탄났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2대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에 기일 변경 신청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총선 전날에도 재판에 출석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저의 손발을 묶는 게 정치 검찰의 의도인 것을 알지만 국민으로서 재판 출석 의무를 지키기로 했다”며 “제가 다 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을 국민 여러분께서 대신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꼭 투표해서 정권의 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을 배신한 정치 세력의 과반 의석을 반드시 막아달라”고 말한 뒤 법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한편 이날 열린 재판에서 이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상대로 직접 반대신문에 나섰습니다. 이 대표는 “증인은 남욱 변호사가 위례 사업을 성공시킬 방안을 가져온 것을 내게 (구두로) 보고했다고 얘기하는데, 원래 보고하려면 보고서를 만들어서 보고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시장님 정무적인 일 보고할 때 보고서 만들라고 하셨습니까? 정무적인 일은 보고서 남기십니까?”라고 되물었고 이 대표가 “그게 무슨 정무적인 일이냐”고 하, 유 전 본부장은 “저한테 잘 진행해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제가 그걸 시장님이 하지 말라는데 어떻게 진행합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이 대표가 “대장동이 민간개발이 아닌 공모방식으로 진행돼 남욱이 기득권을 잃은 건 맞지 않느냐”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이 “(대신 이득 본) 김만배가 있잖아, 만배가!”라며 큰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 李 “제게 주어질 이익이 없으니 범행 동기도 없는 것”
나흘 뒤인 16일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도 이 대표는 예정대로 출석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사업 추진과 관련해 민간사업자와 유착했다는 주장에 대해 “범죄에는 동기가 필요한 것인데 저에게 주어질 이익이나 혜택이 전혀 없었다”며 이익이 없기에 범행 동기 역시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 대표가 위례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검찰과 유 전 직무대리의 주장에 대해서도 “도시개발사업은 출자에 대한 승인이 필요하다”며 “타당성 조사 결과에 대해 성남시가 확인하고 몇 년간 시행되기에 비밀리에 할 수도 없고 그리 주장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유 전 직무대리는 이 대표를 포함해서 위례 사업 관련 주요 사안을 지속해서 보고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검찰은 이런 증언을 바탕으로 위례 사업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주요 공약사업과 맞닿아 있는 만큼 유 전 직무대리가 이를 독자적으로 판단해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의 23일 같은 재판에서는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남 씨가 이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입니다. 법정에서 남 씨는 “위례신도시 개발을 통해 (성남시장) 선거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위례사업 개발 이익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검사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재선돼야 대장동 사업을 할 수 있으니 함께 노력하자’는 말을 듣고 돕겠다고 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남 씨는 “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유 전 직무대리가) 위례 사업 이후 실제로 선거자금을 만들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남 씨는 이날 오후 재판이 잠시 휴정하며 법원 밖으로 나왔다가 이 대표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듣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재판부에서 적절한 주의 조치와 필요하다면 신변보호 조치도 해달라”며 “검사도 출·퇴정 때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法 “다음 재판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
이 대표의 4월 마지막 재판이었던 26일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도 남 씨는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어 남 씨에 대해 직접 반대신문을 진행했는데, 남 씨는 23일 재판에서 증언한 것과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며 “위례 사업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공약사항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남 씨는 “당시 유동규가 ‘다시 (위례 사업이) 진행돼서, 성남시 혹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수익을 얻어 임대 아파트를 지으면 성남시장 재선에 유리하다’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이 대표가 “공약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남 씨는 “당시 대장동과 위례 사업 모두 (성남시장) 공약이었다”고 재차 답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이 재판에서 “공약이었던 위례 개발에 대해 공식 포기 선언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이행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직접 밝힌 바 있는데 이와 배치되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