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개막을 약 3개월 앞둔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동부 오스테를리츠역 인근 물탱크에서 직경 2.5m, 길이 620m의 터널을 기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센강 폐수를 이 터널로 끌어들인 뒤 탱크에 가둬 수질을 관리하게 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몇 주 뒤면 바로 이곳에 센강 물이 채워집니다. 센강 폐수를 이곳으로 끌어들이면 수질을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약 3개월 앞둔 2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동부의 대형 물탱크 ‘오스텔리츠 분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서 파리시의 공사 총책임자 사무엘 콜린 카니베즈 씨가 이같이 말했다.
지하철 오스텔리츠역 옆에 세워진 가건물 내부로 들어가 수십 층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광활한 탱크가 나타났다. 올림픽 수영경기장 20개가 합쳐진 규모인 5만㎥의 물을 채울 수 있는 규모다. 벽면에는 직경 2.5m인 원형 터널이 뚫려 있었다. 길이가 620m인 이 터널 끝은 센강에 닿는다.
● 조직위 “여름엔 수질 좋아져 경기 가능”
파리 센강은 영화 ‘퐁뇌프의 연인’들의 배경인 퐁뇌프 다리 등으로 로맨틱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코를 막아야 할 때가 있다. 노숙자들이 방뇨한 흔적과 냄새도 종종 접하게 된다. 최근에는 한 남성이 음식점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대형 쟁반을 강둑에서 직접 강물로 씻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기도 했다. 실제 센강은 산업화에 따른 수질오염으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다.
그런데 조직위가 센강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 알마 다리 구간에서 올림픽·패럴림픽의 철인 3종 수영 종목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 워터 스위밍을 열기로 했다. 100년 만에 공식적으로 ‘센강 수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고의 ‘흥행 카드’로 내밀었던 센강 수영이 ‘올림픽 리스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작됐다. 마침 비정부기구(NGO) 서프라이더 재단은 8일 “센강 물을 측정한 결과 (세균 기준치) 최대 허용량보다 종종 2배, 때로는 3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올림픽 철인3종 경기와 오픈 워터 스위밍의 결승선이 될 센강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구간에서 지난해 여자 철인3종 예선전이 진행되는 모습. AP 뉴시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 등 센강 주변 지방정부들은 14억 유로(약 2조643억 원)를 투입해 8년 넘게 센강 수질 개선 작업을 벌였다. 수질 개선 작업의 핵심인 이 탱크는 약 4년간 건설 끝에 다음달 2일 완공식을 갖고 중순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 “센강 수영, 파리 올림픽 흥행 카드”
조직위는 조만간 센강 수질이 안전함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명인들이 직접 수영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공개해 우려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까지 동참을 선언했다.
조직위가 ‘센강 수영경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를 올림픽 흥행 카드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TV 시청률 하락과 올림픽에 대한 관심 저하 등으로 프랑스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획기적인 올림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센강 수영경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