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정부가 ‘집단 사직’에 참여한 의대 교수들에 실형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자 의사 단체가 ‘양아치’ ‘독재국가’ 등 거친 표현을 쓰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 대형병원에서 ‘주 1회 휴진’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의료 대란’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의료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은 ‘의대 증원 백지화’ 없이 어떤 협상에도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의대교수 집단행동에 “최대 징역 1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27일 성명을 통해 “복지부가 (의대) 교수님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겁박한 것에 대해 매우 분노한다”며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14만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하나로 뭉쳐 총력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이어 “정부는 교수들에게 도를 넘는 비난과 사직 금지 요구, 국공립대 교수 사직시 징역 1년을 검토 중이라는 독재국가에서나 봄 직한 폭압적인 발표를 했다”며 “교수님들께 동네 양아치 건달이나 할 저질 협박을 다시 입에 담을 경우 발언자와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수위는 다음 달 1일 임기가 시작되는 임현택 차기 회장의 직무 인수를 돕는 조직이다.
정부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집단 사직이나 정기 휴진에 참여한 국립대 의대 교수를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집단으로 휴진과 사직할 때는 ‘집단 행위’에 해당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 “독재국가에서나 볼 폭압”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강경 대응에 크게 반발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두 달 넘게 병원을 열심히 유지해왔는데 돌아오는 건 저런 말이니 이제는 분노하기에도 지쳤다”며 “법적 조치가 이뤄지면 소송으로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의대 교수와 의대생·전공의 대표 등을 초대해 심포지움을 열고 의료개혁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임 의협 차기 회장은 ‘의대 증원 백지화’를 다시 강조했다. 임 차기 회장은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의협 제76차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한국 의료가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의료 개혁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을 고수하고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건 의정 갈등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 남용으로 촉발된 의료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