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민생지원금-추경…미리보는 ‘尹-李 회담’ 관전 포인트

입력 | 2024-04-28 21:22: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하시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게 진심일 것이라고 믿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이 대표가 국민을 대표해 질문하러 가는 자리다. 윤 대통령이 단순히 듣는 자리가 아니라 대답을 내놓는 자리여야 한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열린 회담이 될 것”이라며 격의 없는 논의를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이 요구할 특검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에 대한 답을 듣겠다고 벼르고 있다.

● “열린 회담 돼야” “차 한 잔에 봐줄 필요 없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오후 2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만난다. 두 사람은 식사 대신 차담 형식으로 회동을 진행한다. 역대 대통령-야당 대표 회담은 오찬 등 식사를 겸해 열린 적이 많았으나 이번에는 차담으로 결정됐다. 모두발언을 포함해 총 1시간 가량 회동이 예정돼 있으며, 현장 분위기에 따라 예정된 시간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의 모두발언이 끝나면 비공개로 회담이 진행되며, 회담 종료 후 양측은 각자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독대할지에 대해선 양측 간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독대는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할 것이다. 우리가 예단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독대는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배석자가 없는 상태로 독대할 경우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이면 합의를 두고 추후 야권 내에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대통령실은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원하는 것은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류다. 서민,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정하는 선별 지원 등으로 금액과 대상 범위를 조정해야 유연성을 발휘해 협의의 여지가 있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1인당 25만 원이라는 액수를 조정하더라도 타협점을 모색하겠다는 계산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이 지급될 경우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을 달성하는 성과인 만큼 대상이나 액수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합의에 주력하겠다는 것. 복수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은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지급액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협상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 문제에 대해 이 대표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입장이다.대통령실에서는 이번 회담 초점이 민생에 대해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5년 중 영수회담은 1번 밖에 없었으며 성과도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한 것은 이번 회담이 이 대표에게 매우 열린 회담이 될 것이란 의미”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이번 회동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실무의제 조율 없이 이뤄지는 만큼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 및 거부권 자제 요구, 연금개혁, 방송3법, 의정갈등 관련 여야정협의체 등을 모두 언급하겠다는 것. 실무회동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야당 대표 입장에서 차 한 잔 얻어 마시면서 윤 대통령을 봐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다 해야 한다. 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가 직접 윤 대통령 면전에서 필요한 정책들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야권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도 확실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한 핵심 관계자는 “상대방이 있는 대담이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강조할 사안도 있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내용도 있을 것”이라고 당일 윤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발언 수위는 조절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차기 총리 논의 불투명

한덕수 국무총리의 후임자 인선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주제로 올라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야권 국무총리 추천 요구설’과 달리 이 대표에게 후임 국무총리 추천 요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후임 총리 추천 관련 언급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대표 측 역시 “국무총리 인준을 야당에 요청하는 것 자체가 총선 이후 야권 내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라며 선을 긋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3차례 실무협의에서 합의사항이 없었던 만큼 이날 공동합의문이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시간 정도의 회담으로, 물리적인 시간이 안 되기 때문에 공동합의문은 나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합의문의 형태는 의미가 없다”며 “윤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고 했다.

이번 회동 성과물로 기대되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두고는 대통령실에서는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야당이 굳이 국정실패의 책임을 나눠가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