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받은 박진-권영세 모두 고사” 6선 조경태 “없다면 저라도” 의사 친윤 “중진에만 매달릴 필요 있나” 총선 참패 3주째 갈피 못잡아… 오늘 당선인 총회서 인선 매듭 방침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의 문이 굳게 닫힌 모습. 4·10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29일 당선자 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후보로 거론된 의원들이 비대위원장직 요청을 잇달아 고사해 이날도 인선에 난항을 겪었다. 뉴시스
“모두 ‘딴나라 당 남 일’이다. 중진들마저 무너진 당을 세워 보겠다는 주인의식이 없다.”(국민의힘 관계자)
국민의힘이 4·10총선 참패 후 3주째 ‘아노미’를 겪고 있는 가운데 4선 이상 중진들이 잇달아 비상대책위원장직을 고사하자 당내에선 이 같은 자조 섞인 불만이 나왔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9일 3차 당선자 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르면 6월 말 치러질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2개월짜리 ‘임시직 관리형 비대위원장’ 자리를 두고 중진들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친윤석열) 진영에선 “선수(選數)에 구애받지 말고 실무형 인사를 지명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 “권한 적은 임시직 위원장 부담” 손사래
여권 관계자는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나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없다”며 “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나는 재선됐으니 그만’이고 ‘참패 책임은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 다들 위기감을 느낀다는 표현조차 위선 같다”고 일갈했다. 친윤 진영에서는 “서로 안 하겠다는 중진들에게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어차피 전당대회 개최 관리 업무를 하는 비대위원장이라면 굳이 다선일 이유가 없다. 장관을 지냈거나 불출마한 재선 의원급 중에 한시적으로 맡겨도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6선에 성공한 조경태 의원은 당에서 정식 요청을 받진 않았지만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조 의원은 동아일보 통화에서 “당에서 지금 다 힘들어하니까 제안해주면 저라도 나서서 당을 수습하는 데 헌신할 마음의 자세는 돼 있다”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선 “마다하지 않는 조 의원을 비대위원장 시키는 것도 방법”이란 목소리도 있다.
다만 당내에선 중진들 입장에서도 이번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선 참패 수습과 동시에 차기 전당대회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은 많고 권한은 적은 ‘임시 대표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당대회 때 ‘당원 투표 100%’인 당 대표 경선 규정을 손질할지를 두고 친윤계 대 비윤계, 수도권 대 비수도권 인사들 간의 이견이 이어지고 있어 이를 조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회의 8번, 세미나 2번 해도 갈피 못 잡는 與
이 때문에 29일 총회도 윤 원내대표가 끝내 수습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의원은 “비대위원장 하나 못 모시는 무능한 정당으로 조롱당하는 상황이 자존심 상한다”면서 “29일 이런 상황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