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다시 ‘1.0대’로] 전문가들이 본 ‘선택과 집중’ 첫 출산이 늦으면 둘째 포기 많아… 신생아 특별공급 등 확대할 필요 ‘둘째 주저’ 가정엔 주거 맞춤지원을
충북 제천시에 사는 성원석(45) 최윤희(39) 부부는 5월에 넷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미 중학교 1학년인 큰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인 쌍둥이 아들을 둔 부부에게 넷째는 생각지 못한 ‘깜짝 선물’이었다. 성 씨는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에 출산을 꺼리는 부부에겐 의미 있는 선물”이라며 제천시의 출산 지원금 정책을 평가했다. 제천시는 셋째 아이부터는 주택자금 3800만 원이나 출산지원금 3000만 원 중 하나를 골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 씨 부부처럼 넷째까진 아니더라도 청년들의 ‘다자녀 출산 의지’가 사라진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동아일보와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올 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진행한 19∼39세 대상 설문에서도 미혼 남녀의 45.6%가 ‘향후 자녀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32.8%였고 ‘자녀 계획이 없다’는 답변은 21.6%에 불과했다. 또 자녀 계획이 있다는 답변자 4명 중 3명은 희망하는 자녀 수를 ‘2명 이상’이라고 했다.
문제는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어도 첫 단추인 주거 문제에 막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청훈 씨(33)는 “주변을 보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혼 여부가 갈린다”며 “제대로 된 집을 못 구해 동거만 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누구를 우선적으로 지원할지도 정리가 안 된 상태다. 동아일보가 진행한 저출산 전문가 20명 설문에선 8명(40%)이 ‘결혼 후 첫째를 망설이는 부부’가 저출산 정책의 최우선 타깃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희망 자녀가 둘 이상이더라도 첫 출산이 늦으면 둘째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과 첫 출산을 지연시키는 걸림돌을 치워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처음 시행된 신생아 특별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거론된 우선순위는 ‘둘째를 망설이는 부부’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첫 출산 후 경력 단절이나 경제적 부담을 체감하고 둘째를 포기하는 부부가 많다. 이들이 둘째를 가질 용기가 생기도록 맞춤형 주거 지원과 함께 일·가정 양립 등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