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김모 씨가 탈북 전인 지난해 4월 북한 황해남도에서 촬영한 영상.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며 구걸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TBS NEWS DIG Powered by JNN’ 영상 캡처
북한이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했을 당시 상황이 촬영된 영상이 최근 공개됐다. 영상에는 굶주린 주민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28일 일본 TBS는 탈북자인 30대 김모 씨가 탈북 전인 지난해 4월 북한의 황해남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길거리에 홀로 쓰러져 움직이지 않고 있다. 김 씨는 “근처 가게 주인에게 남자가 죽은 거냐고 물었다”며 “전날 오후부터 쓰러져 있어 만져봤는데 아직 죽지는 않았다고 했다. 굶주려서 쓰러진 것 같은데, 곧 죽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2022년 9월 30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뉴스1
어업에 종사해 온 김 씨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올 때, 연평도가 눈앞에 보일 때마다 혼자서라도 탈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며 “하지만 가족과 흩어지는 고통을 떠안고 싶지 않았고, 가족 모두를 데리고 올 방법을 찾는 데 반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한 이유에 대해 “여기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북한에서는 집 밖으로 한 발짝만 나오면 모든 걸 100% 의심해야지만 살 수 있다”며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걷고 있다가도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고 무턱대고 붙잡아 신체검사하며 트집을 잡는다”고 토로했다.
어느 날은 김 씨 집에 단속반이 찾아와 비축해 뒀던 쌀을 가져갔다고 한다. 당시 김 씨가 “우리 돈으로 산 쌀”이라며 가져가지 말라고 항의하자, 단속반은 “이 땅이 네 거냐. 네가 숨 쉬는 이 공기도 모두 당의 소유”라고 했다. 김 씨는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이곳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도망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북한 당국은 주민 통제를 더욱 강화하며 식량 공급권을 독점했다. 이에 사람들은 부족한 쌀을 암시장에서 거래했다고 한다.
그는 “생존을 위한 강력 범죄가 증가했고 살인이나 강도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며 “공개처형도 많았다”고 했다. 이어 ‘공개처형을 봤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4월 중순 한 대학생이 중년 여성을 살해하고 480만 원을 훔쳐 달아나 처형당했다”고 답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