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넘는 콘텐츠] 〈6〉 드라마 ‘동조자’ 원작 비교 베트남戰 비극 집중한 원작과 달리… 인종차별 등 할리우드 비판 담아내 인물 내면보다 미장센-유머 돋보여 박 “‘분단국가 출신’ 정체성 활용”
드라마 ‘동조자’는 프랑스인과 베트남인 혼혈인 ‘나’(호아 숀데이·왼쪽)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클로드(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속이고 북베트남 간첩으로 활동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쿠팡플레이 제공
박찬욱 감독(61)이 제작·각본·연출 전 과정을 지휘한 미국 HBO 드라마 ‘동조자(The Sympathizer)’에서 방점을 둔 부분이다. 응우옌비엣타인(53)의 원작 장편소설 ‘동조자’(2018년·민음사·사진)가 베트남전쟁(1960∼1975)의 비극을 담은 데 중점을 뒀다면 박 감독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로다주)에게 1인 4역을 맡기면서 이 요소를 극대화했다. 인종차별적이거나 아시아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동양학 교수,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하원의원, 영화감독을 한 배우에게 맡겨 할리우드에 대한 비판을 담은 것이다.
특히 드라마 2화의 제목은 ‘모범적인 아시아인’이다. 2화에서 동양학 교수(로다주)는 프랑스인과 베트남인 혼혈인 ‘나’(호아 숀데이)에게 “네 내면의 동양적 요소와 서양적 요소가 각각 무엇인지 고민하고,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라”고 지시한다. ‘나’는 동양에는 서양에 없는 다원적 사고가 있다고 말하지만, 교수는 답변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교수는 일본계 미국인 비서인 소피아 모리(샌드라 오)에게 일본 기모노를 제대로 입으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일본인에게 ‘우나지’(목덜미·うなじ)는 인체에서 제일 선정적인 부위”라며 목덜미가 드러나도록 모리의 옷매무새를 바로잡는다. 모리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 번도 기모노를 입은 적이 없지만, 서양인의 오리엔탈리즘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를 강요한 것이다. 박 감독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로다주의 역할들은 정치, 안보, 교육, 문화에서 성공한 백인 남성들”이라며 “미국이라는 사회를 보여주는 네 얼굴이자 결국 하나의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찬욱
응우옌비엣타인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할리우드는 영화와 텔레비전이 세계가 미국을 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한 세기 동안 증명해 왔다”며 “내 소설이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지렛대로 사용된 걸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응우옌비엣타인
이에 비해 드라마는 ‘나’의 혼란을 외부의 시선으로 응시한다. 그 과정에서 베트남을 연상하게 하는 빨강, 노랑색(국기 색상)을 화면에 자주 사용한다. 색채를 중시하는 박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다. 패전을 앞둔 사이공 주민들이 유쾌한 농담을 던지며 마음을 달래고, 고문 장면 곳곳에 유머를 곁들여 블랙코미디 요소를 살렸다.
베트남전이 냉전체제하에서의 내전이라는 점에서 분단국가 출신 감독이 연출을 맡은 점도 눈길을 끈다. 박 감독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베트남인도 미국인도 아니지만 전쟁과 분단이라는 근현대사의 공통점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적당한 수준의 거리감을 가질 수 있었다”며 “동병상련을 느끼지만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저의 정체성을 활용해 (드라마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