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에 등장한 무인결제 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는 한땐 혁신의 상징이었다. 아마존 고엔 고객이 제품 바코드를 찍지 않고 계산대를 그냥 지나쳐 나가더라도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매장이었다. 아마존은 고객이 무슨 물건을 들고 나갔는지 센서와 카메라를 파악한다고 알렸다. 매장 천장에는 카메라 100대가 넘는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상품의 무게와 고객의 움직임 패턴을 추적하고 분석한다고.
아마존은 당시 미국에 이 무인 슈퍼를 2021년까지 3000개 만들겠다고 야심만만하게 선언했다. 당시 아마존은 이미 미국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던 만큼, 차별화된 AI 컴퓨팅 비전 기술로 다른 오프라인 매장들과 격차를 벌리고 온·오프라인에서 통합된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었다.
계산대 줄 서기가 사라진 모습을 보고 국내외 언론이 앞다퉈 인간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쇼핑의 미래’라고 소개했다. 그 무렵 외신에서 쏟아져나오는 아마존 고 기사와 사진은 AI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걸 보여주는 직접적이고도 명시적인 이미지였다. 이때만 해도 인간이 없는 쇼핑이 근미래가 될 것임을 사람들은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
이달 초 외신 보도를 통해 아마존이 이 무인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계산원 대신 인도인 원격 근무자들을 1000여 명 고용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고객이 무인결제 시스템을 지나친 뒤 영수증을 받으려면 1~2시간씩 걸렸는데 인간의 검수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인 결제 시스템의 결함을 사람이 보완했다는 의미다. 2022년 기준으로 전체 무인 결제 중 약 70% 가량은 인간이 검토했다고 한다. 계산원이 검수원으로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큰 혁신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러니 누군가는 온라인에선 번역된 기사를 보고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도 지능”이라고 빈정대기도 한다.
아마존 입장에선 기술 효용성을 검증한다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론 아마존이 AI와 이에 연계한 각종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선도 기업임을 알리려는 의도가 더 컸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그들이 확보했다고 알렸던 기술은 너무 불안정했고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존 무인 결제 시스템의 실패를 두고, 소비자에게 줘야 하는 실질적 가치는 없었다는 냉정한 성적표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의 성적표를 보면서 국내 현실도 떠올랐다. IT 신기술을 도입한다는 기업 대부분이 당장 실질적인 기술 개발 성과나 기술 효용성이 없는데도, 마케팅 효과를 위해 대대적으로 알리는 경우도 적잖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