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주는 중국 노동절 연휴와 일본 황금연휴가 겹치는 주간이다. 요즘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연휴를 맞아 양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들썩이고 있다. 5∼10일간의 연휴 기간에 ‘송혜교 피부’나 ‘김수현 콧날’을 만든 뒤 신속 친절한 건강검진을 받고 한의원에 들러 1년 치 한약까지 지어 가려는 의료쇼핑족들이다. 코로나로 주춤했던 의료관광이 재개되면서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가 사상 처음으로 60만 명을 돌파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198개국에서 60만6000명의 환자가 몰려들었는데 가까운 일본(31%)과 중국(18.5%) 비중이 절반이고 미국(12.7%)이 3위다.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통합, 검진센터 순으로 환자가 많았다.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사람들은 피부과, 몽골 베트남 러시아 사람들은 내과통합 진료에 몰렸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역대 가장 많은 환자가 찾았던 해는 2019년으로 49만7000명이 동반자와 입국해 의료비로 3조 원 넘게 쓰고 갔다. 이로 인한 생산유발액은 5조5000억 원이다.
▷한국 의사를 찾는 이유는 의료 기술이 좋고 의료비가 저렴하기 때문. 맹장 수술의 경우 미국은 1800만 원, 한국에선 150만 원대다. 동네 병원에선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규모가 되는 병원들은 의료통역사를 두고 검사나 수술 후 회복기를 거쳐 출국할 때까지 전 과정을 돌본다. 대가족을 동반해 오래 머물며 일반 외국인 환자의 6배를 쓰고 가는 중동 환자들을 위해 기도실을 갖추고 할랄 환자식을 제공하는 병원도 있다.
▷한국이 중증치료 시장에서 뒤지는 이유는 의료 기술보다는 비자 제도 탓이 크다고 한다. 의료관광비자(단기 90일 이하)를 받기가 어려워 치료와 회복 기간이 긴 환자들을 말레이시아나 튀르키예에 뺏기고 있다. 사전 상담과 사후 관리를 하려면 비대면 진료도 필요하다. 내년이면 치료 목적으로 국경을 넘는 이들이 44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의료관광 강국이 되기 위해서도 미용의료 쏠림 해소와 비대면 진료 제도화 같은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