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시작된 2022년부터 러 작가 고서 170권 37억어치 도난 “다이아몬드보다 귀한 책” 평가 러 개입설속 단순 도난 가능성도
2022년 12월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상이 철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직후 러시아 문화 흔적을 지우기 위한 움직임이 거셌다. 드니프로=AP 뉴시스
“다이아몬드보다 귀한, 푸시킨의 고서(古書)들이 사라지고 있다.”(폴란드 바르샤바대 도서관)
유럽의 여러 도서관에서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 시집 초판을 비롯해 러시아 작가들의 고서들이 2022년 초부터 지금까지 최소 170권이 없어지는 미스터리한 도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발생 시점이 그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여서 러시아 측의 조직적 개입 의혹도 일고 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유럽경찰기구 유로폴을 인용해 “최소 6개국에 산재한 도서관들에서 러시아 작가 책이 170권 이상 없어졌다”고 보도했다. 도난당한 책들은 대부분 희귀본 고서로, 금전적으로 따져도 최소 250만 유로(약 37억 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돈을 노린 범죄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도난 고서 중 일부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경매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권은 3만5000유로에 낙찰됐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 대학언어문명도서관의 아글레 아체초바 러시아서고 책임자는 “러시아 고서들은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아 구하기 쉽지 않다”며 “범죄조직의 절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