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 News1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정부가 발의한 육아·돌봄 관련 법안들이 여야의 정쟁 속 줄줄이 폐기를 앞두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최우선 과제로 ‘저출생 해결’을 꼽았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 도 채 남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 우려가 나온다.
2일 국회·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년에서 1년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과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10일 기간 동안 휴가비 지원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계류된 상태다.
고용부는 앞서 지난해 2월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각각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특히 개편된 제도를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겠다면서 6개월간 보험료 지급에 소요될 예산지출액도 편성한 상태다.
22대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도 있지만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법안이 폐기될 경우 법안 재발의 등 입법 절차와 개정 법률 시행을 위한 시행령 입법 예고기간인 40일 등을 감안하면 연내 시행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국회 원 구성까지 여야의 샅바 싸움을 고려한다면 관련 정책 시행은 더욱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된 채 제자리걸음이다. 해당 개정안은 민간 돌봄 자격제를 도입하고,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이 중점적으로 담겨있다.
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국내에서 자리 잡아야 할 민간 돌봄 지원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출생 문제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돌봄 문제가 꼽히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을 발의하면서 향후 달라질 정책을 홍보했던 정부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국민들이 구체적인 정책 시기에 대한 문의를 비롯해 고충을 토로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저출생 해결을 위해 초당적 협력에 나서겠다는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달 26일 국회입법조사처 설립 17주년 기념식에서 “국회와 정부가 저출생과 인구 감소 문제를 최우선 국가 과제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못 하면 국회가 해야 한다는, 끝을 보겠다는 자세로 소명 의식을 가지고 간절한 마음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5월 임시국회 막이 올랐음에도 여야가 본회의 일정을 비롯해 쟁점 법안을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저출생 관련 법안들의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한편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1일)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협상에 나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여야는 이번 합의로 나머지 법안들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