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때 높았던 국민 신뢰, 불통정치에 철회 탈권위-분권화-설득형 리더십으로 변해야 내년 4월 재보선서 국민 신임받을 수 있어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되면서 ‘벌써 2년이나 되었나’와 ‘겨우 2년밖에 안 지났나’라는 느낌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후자의 느낌이라면 지난 2년 사이에 대통령과 관련된 실망스러운 정치 이슈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국민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보여주었던 추상(秋霜)같은 인품으로 대통령이 되면 원칙과 공정이 국정의 근간이 될 것이라 믿었다.
임기 초반에 국민은 대통령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길 때 주변의 우려가 많았지만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욕을 믿었다. 사회 곳곳에 상존하는 각종 카르텔의 폐해를 일소한다고 했을 때 편법이 사라지고 원칙이 작동하는 사회를 기대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취임 후 20일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절정에 달했다. 전체 광역단체장 17명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12명이 당선되었다. 이전 2018년 지선에서 자유한국당 당선인은 2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6월 말 갤럽 조사에서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들의 연속된 중도 사퇴였다. 폭 좁은 측근 인사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인사 난맥은 계속되어 작년 말까지 야당의 반발로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4명이나 된다. 불통 정치의 단면이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에 당면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작금의 상황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력화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제도적 권한마저 위협받게 된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정부를 강하게 견제할 것이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사면초가다.
그러나 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의 변화 유연성이 필요하다. 원래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 지지로부터 나온다. 국민을 설득하고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서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 과반 의석을 무기로 민주당이 지난 21대 국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해서 여론의 비난이 매서웠던 것을 상기해 봄직하다.
국민은 대통령의 지난 2년의 리더십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대통령은 수시로 국민이 주권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022년 8월 인사 파동을 겪은 후 대통령은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작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에도 국민은 항상 옳다고 했다. 이제 그 믿음을 수행하고 기회를 준비해야 한다. 내년 4월 2일이 재보궐선거다. 이번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현재까지 17명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대통령이 다시금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변해야 한다. 첫째, 국민은 권위적 통치를 싫어한다. 대통령이 무오류의 신념에 가득 차서 국민을 계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대통령이 임기 초에 공언한 대로 책임총리와 스타 장관들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야당 의원들과 정책 토론을 하는 분권화된 권력을 원한다. 대통령은 조정자로서 국정 전반을 통찰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정부가 정책 갈등을 해결하지 못할 때 대통령이 나서서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면 충분하다. 수시로 격노하는 대통령에게 카리스마의 기운을 느끼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셋째로 대통령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자신의 정책 방향이 옳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다른 사회집단이나 정치인들에게 설득되고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신감이다. 대통령이 강함을 버리고 유연해진다고 해도 대통령의 위상과 권위는 낮아지지 않는다. 민주주의 핵심이 관용과 공존이며 대통령은 당연히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