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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배드민턴 25년 친 덕분에 일흔 중반에도 4050과 게임해요”

입력 | 2024-05-02 22:32:00

박청호 고문이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셔틀콕을 치고 있다. 2000년 배드민턴에 입문한 그는 매일 3시간 가까이 회원들과 함께 운동하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청호 고양배드민턴클럽 고문(74)은 2000년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해 올해로 25년째 접어들었다. 젊었을 때 태권도를 2단까지 땄고, 30대 후반부터 조기축구를 즐겼다. 50세가 되던 해 우연히 배드민턴을 접한 뒤 평생 스포츠가 됐다.

“어느 날 지나가다 비닐하우스에서 배드민턴 치는 분을 봤어요. 셔틀콕을 넘기는 게 쉬워 보였어요. 제가 운동은 한가락 한다고 생각하니 좀 우습게 봤죠. 라켓을 달라고 해서 쳐봤는데 쉽지 않았어요. 셔틀콕 맞추는 것도 어려웠고 세게 치는 것도 안 됐죠. 그래서 오기가 생겨 치기 시작했습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매일 아침 배드민턴장으로 가 2∼3시간 쳤다. 실력이 쉽게 늘지는 않았다. 3개월 정도 친 뒤 경기 고양시 대회에 나가 간신히 1승을 했다. 아마추어 동호인대회는 연령대별 수준이 D∼A조까지 나뉘어 있는 데다 대회는 참가자 수를 늘리기 위해 복식과 혼합복식 부문만 열려 실력 못지않게 파트너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우승하기까지 5년 넘게 걸렸다. 박 고문은 “우리 땐 C조부터 시작했다. C조 첫 우승에 5년 걸렸고, A조까지 가는 데는 7년 정도 걸렸다. 각 조에서 우승해야 한 단계 올라간다”라고 했다.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딴 메달만 20여 개다. 금메달이 대부분이지만 은메달 동메달도 있다. 지난해 열린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배드민턴 혼합복식 70대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 대회는 시 대표로 선발돼야 출전할 수 있는데 그가 처음 선발돼 금메달까지 따 기억에 남는다.

“배드민턴은 운동신경을 어느 정도 타고 나야 할 필요도 있지만 연륜이 중요합니다. 힘과 기술보다도 얼마나 쳤느냐가 곧 실력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상대를 분석해야 하고 상대 플레이에 따라 전략 전술을 바꿔야 합니다. 다양한 잔기술도 써야 하죠. 최소 5년은 꾸준하게 쳐야 좀 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박 고문은 배드민턴을 잘 치기 위해 매일 새벽부터 몸 이곳저곳을 돌려주고 스트레칭으로 풀어준다. 그는 “언제든 라켓을 휘두를 수 있는 몸을 만든다. 나이 들수록 몸이 굳어지기 때문에 관절을 잘 돌려주고 근육을 풀어준다”고 했다. 3km짜리 가벼운 아령으로 팔과 어깨 근육도 강화한다.

이런 노력 덕에 아직 한 번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배드민턴과 테니스, 탁구 등 라켓 종목은 무리하면 팔꿈치와 어깨에 이상이 온다. 한쪽을 많이 쓰는 편측 운동이라 반대쪽 근육 보강 등 꾸준하게 관리해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 경기 때 전후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무릎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박 고문은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등산도 하며 하체도 단련하고 있어 아직 무릎도 괜찮다”고 했다.

박 고문은 고양배드민턴클럽 최고수다. 그는 “40, 50대랑 쳐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3시간 이상 배드민턴을 친다. 늘 선수들 플레이를 보고 연구해 응용한다. 그는 “과거 남자 국가대표였던 하태권을 좋아했고, 지금은 여자 국가대표 안세영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본다”고 했다.

박 고문은 고양배드민턴클럽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가족적인 분위기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했다. 배드민턴클럽의 경우 회원 수가 150명 이상이면 1부, 100명 미만이면 2부다. 배드민턴 수준이 아니라 단순히 규모로 나누는 기준이다. 그는 “우리 클럽은 100명이 안 돼 2부다. 다른 클럽은 200∼300명, 큰 클럽들은 800명까지 되는데 너무 많아 서로를 알기가 어럽다. 우리 클럽은 인원이 적은 대신 모든 회원의 얼굴을 다 알고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게 초보자들 대우입니다. 대부분의 클럽에선 실력 있는 회원이 초보자들과 난타를 잘 쳐주지 않아요.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린 달라요. 저부터 솔선수범해 초보자들에게 난타를 쳐줍니다. 그래야 초보자들도 재미를 느끼고 클럽에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어요.”

고양 토박이인 그는 고양배드민턴클럽 회장까지 지낸 뒤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여기가 제 평생 놀이터다. 라켓을 들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나와서 회원들과 어울려 칠 것”이라며 웃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