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청호 고문이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셔틀콕을 치고 있다. 2000년 배드민턴에 입문한 그는 매일 3시간 가까이 회원들과 함께 운동하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청호 고양배드민턴클럽 고문(74)은 2000년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해 올해로 25년째 접어들었다. 젊었을 때 태권도를 2단까지 땄고, 30대 후반부터 조기축구를 즐겼다. 50세가 되던 해 우연히 배드민턴을 접한 뒤 평생 스포츠가 됐다.
“어느 날 지나가다 비닐하우스에서 배드민턴 치는 분을 봤어요. 셔틀콕을 넘기는 게 쉬워 보였어요. 제가 운동은 한가락 한다고 생각하니 좀 우습게 봤죠. 라켓을 달라고 해서 쳐봤는데 쉽지 않았어요. 셔틀콕 맞추는 것도 어려웠고 세게 치는 것도 안 됐죠. 그래서 오기가 생겨 치기 시작했습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배드민턴은 운동신경을 어느 정도 타고 나야 할 필요도 있지만 연륜이 중요합니다. 힘과 기술보다도 얼마나 쳤느냐가 곧 실력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상대를 분석해야 하고 상대 플레이에 따라 전략 전술을 바꿔야 합니다. 다양한 잔기술도 써야 하죠. 최소 5년은 꾸준하게 쳐야 좀 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박 고문은 배드민턴을 잘 치기 위해 매일 새벽부터 몸 이곳저곳을 돌려주고 스트레칭으로 풀어준다. 그는 “언제든 라켓을 휘두를 수 있는 몸을 만든다. 나이 들수록 몸이 굳어지기 때문에 관절을 잘 돌려주고 근육을 풀어준다”고 했다. 3km짜리 가벼운 아령으로 팔과 어깨 근육도 강화한다.
이런 노력 덕에 아직 한 번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배드민턴과 테니스, 탁구 등 라켓 종목은 무리하면 팔꿈치와 어깨에 이상이 온다. 한쪽을 많이 쓰는 편측 운동이라 반대쪽 근육 보강 등 꾸준하게 관리해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 경기 때 전후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무릎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박 고문은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등산도 하며 하체도 단련하고 있어 아직 무릎도 괜찮다”고 했다.
박 고문은 고양배드민턴클럽 최고수다. 그는 “40, 50대랑 쳐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3시간 이상 배드민턴을 친다. 늘 선수들 플레이를 보고 연구해 응용한다. 그는 “과거 남자 국가대표였던 하태권을 좋아했고, 지금은 여자 국가대표 안세영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본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게 초보자들 대우입니다. 대부분의 클럽에선 실력 있는 회원이 초보자들과 난타를 잘 쳐주지 않아요.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린 달라요. 저부터 솔선수범해 초보자들에게 난타를 쳐줍니다. 그래야 초보자들도 재미를 느끼고 클럽에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어요.”
고양 토박이인 그는 고양배드민턴클럽 회장까지 지낸 뒤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여기가 제 평생 놀이터다. 라켓을 들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나와서 회원들과 어울려 칠 것”이라며 웃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