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 혈세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위기를 넘긴 새마을금고가 출자 회원들에 약 48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860억 원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순이익이 전년 대비 1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고 전체 1288개 금고 중 3분의 1이 적자를 봤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서 세금으로 한숨 돌리게 도와줬더니 배당만 알뜰하게 챙긴 것이다.
▷지난해 7월 한 부실 금고의 합병 소식에 불안해진 예금주들이 돈을 찾으려고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18조 원이 빠져나갔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가 나서 1인당 보호한도(5000만 원)를 넘어가는 원리금까지 보장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장은 수천만 원을 예치하며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새마을금고의 부실 채권 1조 원어치를 매입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7%대를 넘어서는 등 위기는 진행 중이다.
▷새마을금고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3월에는 대출 컨설팅을 해주겠다며 대출수수료 40억 원을 가로챈 전현직 직원들이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신입 직원이 고객의 비밀번호를 바꿔 통장에 있던 돈을 빼돌리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꾸며 금고로부터 대출을 받은 ‘작업대출’ 의혹도 불거졌다. 이 밖에도 부정·부실 대출, 횡령, 직장 내 갑질, 성희롱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사고가 빈발해도 관리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주 업무는 금융이지만 금융위원회가 아닌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는다. 1983년 새마을금고법을 만들 때 재무부에서 내무부로 권한이 넘어간 게 여태껏 이어져오고 있다. 금융을 잘 모르는 행안부 직원 10여 명이 1300개 가까운 금고를 관리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 덩치만 커졌을 뿐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본래의 역할은 제대로 못 하는 새마을금고에 대해 대대적 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